368화. 쓸만하다
강왕세자가 루안을 불러 세웠다.
“루안, 자네가 토사구팽 당하는 게 두렵지 않다고 해서 집에 계신 어머니와 부인도 아무 걱정 안 할 거라고 생각하나?”
루안이 발걸음을 멈추는 것을 보고 강왕세자는 더욱 분발하여 말했다.
“본 세자는 자네가 어떤 처지인지 잘 알고 있네. 이미 그리 많은 사람에게 미움을 샀으니 폐하가 자네를 보호하지 않는다면 누군가 분명 자네한테 돌을 던지겠지. 북양 쪽과도 한참 전에 등을 돌려 서로 원한을 품은 상태이지 않나. 일단 무슨 일이 생기면 자네 어머니는 도망갈 수 있겠지만, 자네 부인은 어쩔 텐가? 정말로 대장공주께서 그녀를 친딸처럼 여긴다는 것에만 기대를 걸고 있는 건 아니겠지?”
루안이 고개를 돌려 강왕세자를 바라보았다. 루안의 눈빛이 잠시 흔들린 것 같았지만 루안은 결국 말없이 뒤돌아 떠났다.
시위가 나와서 걱정스럽게 물었다.
“세자 전하, 이대로 그냥 보내시는 겁니까? 설마 어디 가서 말하는 건 아니겠지요?”
강왕세자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말한다고 좋을 게 뭐가 있단 말이냐? 황제가 그를 냉대하고 있는데 이런 말을 한다고 다시 신임하기라도 하겠느냐?”
강왕세자는 남은 차를 한 모금에 털어 마시고 일어나 옷깃을 다듬었다. 그는 마음속에 모든 계획이 다 서 있었다.
“조급해할 것 없다. 조만간 승낙할 거야.”
시위는 반신반의했다.
이 루안이라는 자는 그들이 귀경한 이후, 필사적으로 세자를 괴롭혀 왔는데 어디 그리 쉽게 칼을 반대로 고쳐 쥐겠는가?
* * *
하지만 며칠 후, 쪽지 한 장이 우여곡절 끝에 강왕부에 도착했다. 강왕세자는 일전의 그 시위를 데리고 광명사로 갔다.
루안은 불탑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가 오는 것을 보고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자 전하, 지금 저를 협박하시는 겁니까?”
강왕세자와 만난 다음 날, 통정사에서는 상소문 한 부를 잃어버렸다. 조사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죄는 결국 루안이 뒤집어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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