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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

대순국(大舜國)의 태자와 공자들이 수학하던 아름다운 무애해각.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인 그곳에서 옥형선생(玉衡先生)의 손녀이자 대순국 최고의 재녀였던 옥종화는 목숨을 잃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무애해각이 아닌, 지금은 가세가 기울어진 지씨 가문의 저택이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모두가 그녀를 지씨 가문의 적장녀 지온 소저라고 부른다는 것! 숙부의 농간으로 인하여 혼약자를 빼앗겼다는 연유로 자진을 시도하고, 끝내 실성하고야 만 어리석은 계집. 친부모가 죽고 가산을 전부 숙부에게 빼앗기게 된 불쌍한 아가씨. 이러한 평판에 휩싸인 지온의 몸에 빙의한 것도 모자라, 알고 보니 세상 사람들은 무애해각이 불길에 휩싸였던 연유가 해구(海寇)의 침입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니? ‘아니야! 내 조부님을 활로 쏘아 죽이고 태자 전하를 시해한 이들은 해구가 아니었다!’ 천운으로 인해 지온으로 새롭게 태어나 복수를 다짐하는 옥종화! 그러나 그러려면 그 전에 이 지씨 가문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만 한다! 이전과 다르게 갑자기 기품 있고 재치 있게 구는 조카의 모습에 욕심 많은 숙부네 가족은 허둥지둥하고, 슬기로워 보이는 지온의 모습에 유씨 가문의 대공자 유신지는 끌리고야 마는데! 그리고 그런 지온에게서 그리워하던 여인의 모습을 겹쳐보는 북양왕가의 공자 루안. ‘왜 저 여자를 보면 그 여자가 생각이 나는 걸까?’ 원제: 天芳(천방)

윈지 ·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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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화. 쓸만하다

368화. 쓸만하다

강왕세자가 루안을 불러 세웠다.

“루안, 자네가 토사구팽 당하는 게 두렵지 않다고 해서 집에 계신 어머니와 부인도 아무 걱정 안 할 거라고 생각하나?”

루안이 발걸음을 멈추는 것을 보고 강왕세자는 더욱 분발하여 말했다.

“본 세자는 자네가 어떤 처지인지 잘 알고 있네. 이미 그리 많은 사람에게 미움을 샀으니 폐하가 자네를 보호하지 않는다면 누군가 분명 자네한테 돌을 던지겠지. 북양 쪽과도 한참 전에 등을 돌려 서로 원한을 품은 상태이지 않나. 일단 무슨 일이 생기면 자네 어머니는 도망갈 수 있겠지만, 자네 부인은 어쩔 텐가? 정말로 대장공주께서 그녀를 친딸처럼 여긴다는 것에만 기대를 걸고 있는 건 아니겠지?”

루안이 고개를 돌려 강왕세자를 바라보았다. 루안의 눈빛이 잠시 흔들린 것 같았지만 루안은 결국 말없이 뒤돌아 떠났다.

시위가 나와서 걱정스럽게 물었다.

“세자 전하, 이대로 그냥 보내시는 겁니까? 설마 어디 가서 말하는 건 아니겠지요?”

강왕세자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말한다고 좋을 게 뭐가 있단 말이냐? 황제가 그를 냉대하고 있는데 이런 말을 한다고 다시 신임하기라도 하겠느냐?”

강왕세자는 남은 차를 한 모금에 털어 마시고 일어나 옷깃을 다듬었다. 그는 마음속에 모든 계획이 다 서 있었다.

“조급해할 것 없다. 조만간 승낙할 거야.”

시위는 반신반의했다.

이 루안이라는 자는 그들이 귀경한 이후, 필사적으로 세자를 괴롭혀 왔는데 어디 그리 쉽게 칼을 반대로 고쳐 쥐겠는가?

* * *

하지만 며칠 후, 쪽지 한 장이 우여곡절 끝에 강왕부에 도착했다. 강왕세자는 일전의 그 시위를 데리고 광명사로 갔다.

루안은 불탑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가 오는 것을 보고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자 전하, 지금 저를 협박하시는 겁니까?”

강왕세자와 만난 다음 날, 통정사에서는 상소문 한 부를 잃어버렸다. 조사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죄는 결국 루안이 뒤집어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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