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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

대순국(大舜國)의 태자와 공자들이 수학하던 아름다운 무애해각.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인 그곳에서 옥형선생(玉衡先生)의 손녀이자 대순국 최고의 재녀였던 옥종화는 목숨을 잃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무애해각이 아닌, 지금은 가세가 기울어진 지씨 가문의 저택이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모두가 그녀를 지씨 가문의 적장녀 지온 소저라고 부른다는 것! 숙부의 농간으로 인하여 혼약자를 빼앗겼다는 연유로 자진을 시도하고, 끝내 실성하고야 만 어리석은 계집. 친부모가 죽고 가산을 전부 숙부에게 빼앗기게 된 불쌍한 아가씨. 이러한 평판에 휩싸인 지온의 몸에 빙의한 것도 모자라, 알고 보니 세상 사람들은 무애해각이 불길에 휩싸였던 연유가 해구(海寇)의 침입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니? ‘아니야! 내 조부님을 활로 쏘아 죽이고 태자 전하를 시해한 이들은 해구가 아니었다!’ 천운으로 인해 지온으로 새롭게 태어나 복수를 다짐하는 옥종화! 그러나 그러려면 그 전에 이 지씨 가문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만 한다! 이전과 다르게 갑자기 기품 있고 재치 있게 구는 조카의 모습에 욕심 많은 숙부네 가족은 허둥지둥하고, 슬기로워 보이는 지온의 모습에 유씨 가문의 대공자 유신지는 끌리고야 마는데! 그리고 그런 지온에게서 그리워하던 여인의 모습을 겹쳐보는 북양왕가의 공자 루안. ‘왜 저 여자를 보면 그 여자가 생각이 나는 걸까?’ 원제: 天芳(천방)

윈지 ·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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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화. 때려라

358화. 때려라

종정부는 사람들로 빽빽하게 가득 차 있었다.

이건 아주 보기 드문 일이었다. 종정부는 황족의 사무를 처리하는 곳인데 평상시에 백성들이 구경하는 것을 허락할 리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백성들이 참관하는 것을 허락했을 뿐만 아니라 궁에서는 일부러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둘러싸고 있는 건데?”

누군가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이 물었다.

좀 더 일찍 온 구경꾼이 약간 잰 체하며 말했다.

“그것도 몰라? 요즘 경성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사건이 뭐겠어?”

“어……평왕 세손의 혼사?”

“신국공이 기생 소련(小怜)이의 머리를 올려준 거?”

“장(蒋) 장원이 성질 더러운 아내한테 쫓겨 온 거리를 뛰어다닌 일도 있었다던데!”

그 구경꾼은 “허어!” 하고 콧방귀를 뀌더니 아무 말이나 지껄이는 사람들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자네들 머릿속에는 그까짓 남녀 사이의 자질구레한 일들 밖에 없어? 종정부까지 온 걸 보면 당연히 큰일이 난 거지! 큰일!”

옆에 있던 한 사람이 더 감질나게 할 생각은 없었는지 솔직하게 말했다.

“승원궁 사건 말이야. 강왕께서 어제 귀경하셨어. 강왕이 오늘 평왕을 모시고 강왕세자를 압송해 와서 사람들 앞에서 죄를 묻는다고 하더군.”

“뭐? 강왕께서 돌아오셨어?”

백성들이 놀란 듯 잇따라 소리를 지르며 관아 쪽으로 고개를 돌려 염탐했다.

요 며칠 동안 강왕세자는 줄곧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그는 조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거절한 후에 궁문 앞에서 석고대죄하며 황제를 압박했다. 이어서 정사당에 누명을 씌우는 등등의 짓들을 했다. 민보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마치 형제를 질투해 법도를 무시하고 황권의 전복을 꾀하는 야심가 같았다.

백성들은 이 일에 대해 떠들어 대면서 저마다 한마디씩 욕을 했다. 그 문인 학생들은 민심을 더욱 격렬하게 충동질하며 강왕세자를 사형시켜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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