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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

대순국(大舜國)의 태자와 공자들이 수학하던 아름다운 무애해각.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인 그곳에서 옥형선생(玉衡先生)의 손녀이자 대순국 최고의 재녀였던 옥종화는 목숨을 잃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무애해각이 아닌, 지금은 가세가 기울어진 지씨 가문의 저택이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모두가 그녀를 지씨 가문의 적장녀 지온 소저라고 부른다는 것! 숙부의 농간으로 인하여 혼약자를 빼앗겼다는 연유로 자진을 시도하고, 끝내 실성하고야 만 어리석은 계집. 친부모가 죽고 가산을 전부 숙부에게 빼앗기게 된 불쌍한 아가씨. 이러한 평판에 휩싸인 지온의 몸에 빙의한 것도 모자라, 알고 보니 세상 사람들은 무애해각이 불길에 휩싸였던 연유가 해구(海寇)의 침입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니? ‘아니야! 내 조부님을 활로 쏘아 죽이고 태자 전하를 시해한 이들은 해구가 아니었다!’ 천운으로 인해 지온으로 새롭게 태어나 복수를 다짐하는 옥종화! 그러나 그러려면 그 전에 이 지씨 가문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만 한다! 이전과 다르게 갑자기 기품 있고 재치 있게 구는 조카의 모습에 욕심 많은 숙부네 가족은 허둥지둥하고, 슬기로워 보이는 지온의 모습에 유씨 가문의 대공자 유신지는 끌리고야 마는데! 그리고 그런 지온에게서 그리워하던 여인의 모습을 겹쳐보는 북양왕가의 공자 루안. ‘왜 저 여자를 보면 그 여자가 생각이 나는 걸까?’ 원제: 天芳(천방)

윈지 ·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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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화. 가면

291화. 가면

궁녀들이 비명을 지르며 한데 모여들었다.

황제는 놀라 벌떡 일어났다.

황후도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마침내 신비가 회임했을 때부터 마음속에 묻혀 있었던 의문에 대한 답을 얻게 되었다.

‘그렇구나! 어쩐지 태후가 전심전력으로 신비를 돕더라니, 신비가 믿는 구석이 있었던 거였어.’

류명주도 깜짝 놀라 사람들의 당혹스러움을 대변하듯 외쳤다.

“시, 신비? 아직 안 죽었어요?”

신비의 옷차림은 단정했고 안색은 붉었다. 그녀는 궁녀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침전 밖으로 나왔다.

신비는 황제에게 절을 한 뒤 돌아서서 불신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옥비를 바라보았다.

“옥비 동생, 본궁이 여기 있으니 한번 말해보게.”

옥비는 표정이 일그러지고 한참이 지나서야 쉰 목소리로 말했다.

“일부러 그랬어요? 일부러 죽은 척 한 겁니까?”

“그래!”

신비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옥비 동생은 기쁘지 않은가? 본궁이 죽지 않았으니 자네도 살인범이 아니게 되는 것인데.”

‘기쁘긴 개뿔!’

옥비가 아무리 멍청해도 자신이 지금 함정에 빠졌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절박한 표정으로 황제를 쳐다보며 소리쳤다.

“폐하! 신비가 아무 일도 없는데 유산했다고 속였으니, 이는 황제를 기만한 것입니다!”

신비의 미소가 한층 더 화사해졌다.

“유산한 척만 하면 죄가 모자라지 않겠는가? 옥비 동생, 내가 더 도와줌세. 본궁은 유산뿐만 아니라 회임도 하지 않았네.”

‘뭐, 뭐라고?’

옥비는 너무 당황해서 얼어버렸다.

“다, 당신……!”

정신을 차린 황제가 큰 소리로 물었다.

“신비, 그게 무슨 말이오? 임신이 가짜라니?”

신비가 돌아서며 대답했다.

“폐하, 예, 신첩은 회임하지 않았습니다.”

“비……!”

황제는 안심해야 할지 분노해야 할지 몰랐다. 신비가 유산하지 않았으니 그도 지난번의 참극을 다시 겪지는 않은 셈이었다. 하지만 아이, 그가 바라던 아이 역시 그저 사기극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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