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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

대순국(大舜國)의 태자와 공자들이 수학하던 아름다운 무애해각.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인 그곳에서 옥형선생(玉衡先生)의 손녀이자 대순국 최고의 재녀였던 옥종화는 목숨을 잃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무애해각이 아닌, 지금은 가세가 기울어진 지씨 가문의 저택이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모두가 그녀를 지씨 가문의 적장녀 지온 소저라고 부른다는 것! 숙부의 농간으로 인하여 혼약자를 빼앗겼다는 연유로 자진을 시도하고, 끝내 실성하고야 만 어리석은 계집. 친부모가 죽고 가산을 전부 숙부에게 빼앗기게 된 불쌍한 아가씨. 이러한 평판에 휩싸인 지온의 몸에 빙의한 것도 모자라, 알고 보니 세상 사람들은 무애해각이 불길에 휩싸였던 연유가 해구(海寇)의 침입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니? ‘아니야! 내 조부님을 활로 쏘아 죽이고 태자 전하를 시해한 이들은 해구가 아니었다!’ 천운으로 인해 지온으로 새롭게 태어나 복수를 다짐하는 옥종화! 그러나 그러려면 그 전에 이 지씨 가문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만 한다! 이전과 다르게 갑자기 기품 있고 재치 있게 구는 조카의 모습에 욕심 많은 숙부네 가족은 허둥지둥하고, 슬기로워 보이는 지온의 모습에 유씨 가문의 대공자 유신지는 끌리고야 마는데! 그리고 그런 지온에게서 그리워하던 여인의 모습을 겹쳐보는 북양왕가의 공자 루안. ‘왜 저 여자를 보면 그 여자가 생각이 나는 걸까?’ 원제: 天芳(천방)

윈지 ·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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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화. 새벽, 창을 타고 넘는 이

250화. 새벽, 창을 타고 넘는 이

루안은 차가운 눈으로 제 형님을 흘끔 바라보곤 입을 열었다.

“찔리는 것이 있으니 먼저 선수 치듯이 저를 발고하는 것입니다. 누구의 물건이 부서졌는지 직접 확인해주시옵소서, 폐하. 폐하께서도 신이 다음 달에 혼례를 올리는 것을 아실 것이옵니다. 하여 오늘 제 수하에게 예물을 사오라 시켰사온데, 돌아오는 중에 돌연 길을 막는 자가 있었사옵니다. 그리고 마차 세 대에 담긴 예물이 모두 부서져 허공으로 사라졌사옵니다. 거리에서 그 모습을 본 이들이 많으니 하문하시면 금방 진실을 아실 것이옵니다.”

루안의 말이 끝나자마자 루혁이 당장 입을 열었다.

“본 왕은 지금 진상품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무슨 예물을 걸고넘어지는 것이냐! 네가 진상품을 때려 부수지 않았다고 맹세할 수 있느냐!”

그리고 다시 황제를 향해 고개를 돌린 루혁이 말을 이었다.

“폐하! 저자가 신의 마차를 부순 것을 본 이들도 많사옵니다. 하문하시면 금방 하실 것이옵니다!”

이야기를 대충 들어보니 황제는 어찌 된 상황인지 알 것 같았다.

“그러니까 자네들이 길에서 주먹다짐을 하여 서로의 물건을 부쉈다는 게로군. 맞는가?”

“그렇습니다.”

“아니옵니다.”

벌어진 입 두 곳에서 동시에 다른 대답이 흘러나왔다.

그렇다 한 이는 루안이었고, 아니라 한 이는 루혁이었다.

서로 다른 대답을 한 두 사람은 동시에 서로를 죽일 듯 노려보았다.

황제의 가슴이 더욱 답답해졌다.

“대체 그런 것인가, 아닌 것인가? 북양왕, 아니라면 자네는 물건을 부수지 않았다는 것인가?”

“그것은 아니옵니다.”

루혁이 대답했다.

“제 시위들이 하찮은 물건 몇 개를 부수긴 했사옵니다. 하오나 그것은 저자의 것이 아닙니다!”

황제는 또다시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그게 무슨 말인가? 설마 대금을 치르지 않은 것인가?”

루안의 미간이 바짝 좁아졌다.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다, 폐하. 신의 예물은 금과 은으로 대금을 치르고 산 것이옵니다.”

“북양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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