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0화. 지금은 절망적인 상황이 아니다
심가휘는 슬며시 부러워하면서도 그것이 자신에게는 사치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의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고, 그의 누이는 시체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의 아버지가 주작세가에 한 일 때문에 심가휘는 심허봉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용기조차 없었다.
그는 자신의 가족이 주작세가에 준 상처를 갚기 위해 더 노력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럼 됐어.”
온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성숙한 척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여전히 소년티를 벗지 못한 심가휘를 바라보다가, 바지에서 물주머니를 꺼내 심가휘에게 건넸다.
“피곤해 보이는구나. 물 좀 마시고 잠시 쉬렴.”
온아가 부드럽게 말했다.
자신의 딸은 독립적이고 유능하여 어머니로서 모성애를 발휘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심소담과 나이가 비슷한 심가휘는 훨씬 더 어린아이 같았다.
“가, 감사합니다…….”
심가휘는 수줍어하며 물주머니를 받아 조심스럽게 마셨다.
* * *
동맹군 중에서 인간의 체력은 심하게 뒤떨어졌고 요괴와 망령은 상대적으로 뛰어났다. 그래서 많은 요괴들은 성으로 돌아온 후에도 휴식을 취하지 않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병사들에게 물과 음식을 배분해줬다.
그러나 요괴의 손실도 적지 않았다. 황무지의 상급 요괴 중에서 적지 않은 수가 전사했다. 다행히 일불락에 있는 상급 요괴 중에서는 대량의 사망자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악랑은 피곤한 모습으로 벽에 기대어 앉아있었고, 갑옷을 입은 소희는 조용한 모습으로 그의 품에 기대 있었다.
악랑은 치열한 전투로 체력이 소진되었고, 일불락에 돌아온 후 곧바로 인사불성이 되었다. 소희가 그를 이곳까지 끌고 와 휴식을 취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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