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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화. 여섯 번째 봉인 (1)

280화. 여섯 번째 봉인 (1)

곡풍의 입이 저절로 쩍 벌어지고 말았다.

심소담이 계속 떠나겠다고 말하여 바로 사라질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남겠다고 했다.

곡풍은 피가 솟구쳐 올라와 목구멍에 막혀서 뱉지도 못하는 심정이었다.

그는 심옥이라는 놈이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폭설성으로 돌아오는 길에 심소담을 어떻게 해보려고 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심소담이 요괴들을 하나씩 무찌를 때마다 용설요가 빠져드는 모습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나쁜 놈…… 비열한 놈!

계속 바로 떠날 것처럼 굴더니 마지못해 남는 것처럼 말하다니…….

용설요와 용비가 먼저 부탁하게 만들고, 자기가 뭐 대단한 줄 아는 건가!

곡풍은 속으로 심소담의 조상들까지 욕을 보이고 싶었지만, 그가 아무리 화를 낸다 한들 심소담이 남기로 한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폭설성의 성주는 그의 아버지인 곡람이 아니라 용비였기 때문이었다.

용설요는 심소담의 대답을 듣고 한숨을 돌렸다.

심소담은 담담하게 웃으며 곡람의 안색이 어두워지는 모습과 곡풍의 표정이 구겨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옹졸한 놈들, 그렇게 고약한 심보로 감히 나에게 덤비다니…….’

누구라도 심소담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그녀는 그 사람들을 더 최악의 상태로 만들어 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간절히 심소담이 사라지길 바라겠지만, 그러면 일부러라도 그들 곁에 머무를 것이었다. 그래도 그들이 계속 거들먹거릴 수 있을까? 만약 곡람과 곡풍이, 심소담이 그들의 지나친 경계심 때문에 머무르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안다면 스스로 기둥에 머리를 박고 싶을 것이다. 그랬다면 처음부터 심소담에게 좋은 말과 웃는 얼굴로 대했을 터다.

아무튼 심소담은 이제 아무것도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비록 곡씨 부자 때문에 남기로 한 것이지만, 그녀에겐 그보다 더 중요한 목적이 있었다. 바로 화포의 설계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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