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8화. 탁수회(擢秀會) (3)
남궁월과 소비는 푸른 옷 부인을 따라 굽이진 회랑을 걷다가 아까 지나왔던 연못을 돌고, 다시 화원과 정자와 누각을 몇 개 지났다. 이윽고 부인이 조각된 난간과 옥으로 만든 계단이 있는 누각을 가리키며 말했다.
“세자비, 소 소저, 저기가 바로 탁수각입니다.”
소비는 당연히 탁수각을 알고 있었기에 남궁월에게 소개해 주었다.
탁수각이 백 년의 역사를 지녔다거나, 탁수각 편액은 전 황조의 서법대가인 황보 대사(皇甫 大師)가 직접 써 줬다는 이야기들이었는데, 말을 하는 동안 소비의 작은 얼굴이 또다시 밝게 빛났다.
탁수각은 2층짜리 전각이었다. 푸른 옷 부인은 그녀들을 정문으로 안내하지 않고 건물 옆에 난 계단 앞으로 데려갔다. 그러고는 남강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남궁월이 혹시나 불쾌해할까 봐 얼른 해명했다.
“세자비, 오늘은 시회 때문에 서생들이 모두 1층에 모여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두 분을 이리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푸른 옷 부인은 설명도 덧붙였다.
“2층에 있는 복도 난간에는 이미 얇은 천을 다 덮어 놓았으니, 두 분께서는 휘장 뒤에서 관전하시면 됩니다.”
그 말을 들은 남궁월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남궁월 일행은 늦게 도착한 편이었다. 2층 복도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사람들은 남궁월이 나타나자 전부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표했다.
남궁월은 손을 들어 보이며 다들 일어나라 말한 뒤 북측에 있는 귀빈석에 앉았고, 소비는 남궁월의 오른쪽에 앉았다.
탁수각은 ‘회(回)’ 자형으로 지어진 건물이라, 2층의 사면에 있는 복도에서도 1층에 있는 대청을 훤히 내려다볼 수 있었다.
이 시각 대청에는 수십 개의 배나무 서안이 놓여 있었고, 각 서안마다 젊은 학자들이 자리했다. 그리고 대청 사방에는 권의와 탁자가 있었는데, 그곳은 남자 손님들이 관전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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