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6화. 서녀 동생
“큰 오라버니, 새언니, 큰언니.”
소리가 난 쪽을 보니, 오른쪽에 나있는 오솔길에서 이쪽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는 두 소녀가 보였다.
그중 한 소녀는 소비와 비슷한 나이로 보였다. 머리는 동그랗게 말아 틀어 올렸으며, 우아한 월백색 치마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용모가 수려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연약해 보여 꼭 달 같았다.
그 소녀는 바로 진남왕부의 서녀이자 둘째 소저인 소용훤이었다.
그리고 다른 한쪽은 소용훤에 비해 나이가 좀 더 있어 보였지만, 절색의 미모를 지닌 데다 청아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거기다 굽이진 꽃줄기 무늬가 들어간 복숭아 색 배자를 입어, 도자기처럼 매끄럽고 티 없이 하얀 피부가 더욱 돋보였다. 그 소녀는 바로 방씨 가문의 다섯째 소저 방자말이었다.
오솔길에 서 있는 두 소녀는 아름답고 생기가 넘쳐 보였다.
순간 남궁월의 눈에 흥미롭다는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이것 참 공교롭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하던데, 설마 이게 우연일까?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건가?’
소용훤과 방자말은 여유롭게 모두의 앞으로 걸어가, 신분에 걸맞게 살짝 무릎을 굽혀 예를 표한 다음 인사했다.
방자말은 얼굴에 미소를 띠더니, 대범하게 스스럼없이 말을 걸었다.
“이것 참 우연이네요. 훤이랑 오늘 마조묘에 향을 올리러 오기로 약속했는데, 혁이 오라버니랑 새언니도 와계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소비는 눈살을 찌푸리며 방자말을 쳐다봤다. 그날 임수각에서 있었던 일이 아직도 눈앞에 선했다. 만약 자신이 방자말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큰 오라버니와 새언니를 마주하기 너무 창피했을 것이다.
남궁월도 작게 미소 짓고 방자말과 거리를 두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둘째 아가씨와 사촌 아가씨도 향을 올리러 왔다 하시니, 우리도 두 분을 방해 않고 이만 가보겠습니다.”
남궁월의 말은 예의 바르게 들렸으나, 다들 그 속에 방자말과 소용훤이랑 많은 말을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 담겼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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