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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2화. 지성 어린 효심

872화. 지성 어린 효심

잠시 후, 하 의원은 약상자를 열어 은침을 꺼낸 후, 정신을 가다듬고 방승령에게 시침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제 막 두 번째 은침을 놓았을 때 갑자기 쨍그랑 소리가 나더니, 다완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파편 조각과 뜨거운 찻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 소리에 깜짝 놀란 하 의원은 하마터면 시침 중이던 손을 떨 뻔했다.

철썩!

이때, 홍 어멈이 가차 없이 어린 여종의 뺨을 날렸다. 어린 여종의 희고 보드라운 예쁜 얼굴에 곧바로 손바닥 자국이 벌겋게 올라오더니 퉁퉁 부어 버렸다.

“넌 이런 간단한 일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느냐? 쓸모없는 것 같으니!”

홍 어멈은 화를 내며 여종을 꾸짖었다.

어린 여종은 깜짝 놀라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은 후, 연이어 바닥에 이마를 찧어대며 말했다.

“부인, 살려 주세요! 홍 어멈, 살려 주세요!”

주변에 있던 다른 여종들은 바들바들 떨며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방 부인의 안색을 살핀 홍 어멈은 그녀의 짜증난다는 표정을 보고는 즉시 옆에 있던 아낙들에게 분부했다.

“너희는 어서 저 천한 것을 끌어내거라!”

어린 여종은 살려달라며 소리쳤지만, 두 아낙들은 그녀의 입에 걸레를 물리고 거칠게 끌고 나갔다.

내실에는 다시 평온함이 찾아왔다.

하 의원은 계속해서 방승령에게 침과 뜸을 놓은 다음, 일주향 후 은침을 뽑았다. 그런 뒤 그가 한참을 고민한 끝에 약방문을 써주자, 여종은 급히 약방문에 쓰인 약재를 구하러 나갔다.

“큰 도련님과 둘째 도련님을 뵙습니다.”

이때, 여종들이 공손히 예를 올리는 소리가 밖에서 들렸다.

방씨 가문의 도련님인 방세우와 방세헌도 소식을 듣고 급히 서원에서 관저로 돌아온 것이다.

장자 방세우가 주렴을 걷어내고 내실로 들어서자, 넋이 나가 있던 방 부인은 기댈 곳이라도 찾은 듯 눈가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아야, 네 아버지가…… 네 아버지가…… 졸중에 걸리셨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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