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화. 치료
병풍 뒤에서 바스락바스락 하고 옷 벗는 소리가 들렸고, 이어서 소사가 정중히 말했다.
“공자님,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이어서 부글부글 하는 물소리가 들리며, 관어백의 온화한 목소리가 남궁월의 귀에 닿았다.
“남궁 아가씨, 준비 다 되었습니다.”
남궁월이 병풍을 빙 돌아와서 보니, 관어백은 얼굴에 쓰고 있던 인피(*人皮: 사람의 얼굴과 무척 흡사한 가면)를 벗은 채 커다란 목욕통 안에 앉아있었다. 덕분에 그의 창백하고 잘생긴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뜨거운 수중기로 인해 피부가 매끈해 보여, 그에게선 병약한 모습에서 묻어나오는 묘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남궁월은 왕 장궤와 소사를 쳐다본 후, 잘 알면서 일부러 물었다.
“계속 여기에 계실 거예요?”
“당연하지!”
“당연하죠!”
왕 장궤와 소사가 아주 단호한 말투로 똑같이 말했다. 이내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쳐다보더니,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상관은 없어요.”
남궁월도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았다.
“다만 이건 잘 알고 계셔야 해요. 제가 치료할 때는, 반드시 조용히 해 주세요. 절대로 어떤 소리도 내시면 안 돼요. 조그마한 실수로 인해 큰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단 말 아시죠? 이 치료엔 절대로 조금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돼요!”
그녀는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남궁월도 그들을 전부 쫓아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건 사실 불가능했다. 어쨌든 그녀는 그들과는 잘 모르는 사이이니 말이다.
남궁월은 이번 난관을 잘 넘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지금 와 보니 넘을 고개가 확실히 높았다.
관어백과 관련된 일이었기에 왕 장궤와 소사는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들이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관어백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저 목욕통 안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일각(*15분)이 지나자, 물에서 점점 기포가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보글보글 하는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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