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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3화. 까발리다 (2)

673화. 까발리다 (2)

백모소의 침묵과 경직된 얼굴은 점점 더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어당겼고, 다들 수군거리며 제각기 이러쿵저러쿵 추측을 해댔다. 그리고 한능부 역시 걱정스런 눈으로 백모소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소아가 왜 저러지? 혹시 몸이 안 좋기라도 한 건가? 아니면 혹 곤란한 일이라도 있나?’

남궁월의 눈빛 또한 점점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유심히 백모소를 쳐다보고 있었다. 모두들 여전히 어리둥절해하고 있었지만, 남궁월은 의심할 바 없이 확신할 수 있었다.

전생에 백모소는 시와 사(詞)를 손 가는 대로 바로바로 썼고, 생각하는 시간도 절대로 일다경을 넘지 않았다. 그 모습은 마치 속세에 내려와 시와 사를 짓기 위해 태어난 문곡성(*文曲星: 문운文運과 시험을 관장하는 성수星宿)처럼 보였다.

그러니 남궁월도 백모소가 사를 짓는 일로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역시 남궁월 자신과 관어백의 추측이 틀리지 않은 것 같았다. 백모소가 그동안 썼던 시와 사들은 그녀의 작품이 아니었던 것이다.

희대의 작품을 써냈던 사람이 어떻게 사패의 평측을 바꾸는 일 정도로 이렇게 무너질 수 있겠는가.

그런데 백모소는 어떻게 그런 풍격이 다른 시와 사들을 얻게 된 것일까? 심지어 그 작품들은 후세에 길이 남을 정도로 훌륭했다.

이내 원옥이가 남궁월의 소매를 끌어당기며 눈빛으로 물었다.

‘월아, 네 사촌 동생 오늘 왜 저래? 네 사촌 동생은 원래 상황이 긴박할수록 더 놀라운 작품을 써 냈던 인물이잖아.’

남궁월은 말없이 웃기만 했다.

* * *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백모소는 나무인형이라도 된 듯 온 몸이 굳어 있었다. 그녀도 종이에 무언가는 써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렇지 않는다면 더욱 남의 의심만 불러일으킬 것이다.

백모소는 심호흡을 한 후, 마침내 이를 악물고 다시 황모필을 들어 먹을 뭍인 후 붓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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