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8화. 반신불수 (1)
제왕비는 순간 주변의 무수한 시선들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걸 느끼고 난처해했다. 그러곤 깊이 심호흡을 하고 울분을 참으며, 선물 상자를 받은 후 건조한 말투로 말했다.
“둘 다 고맙구나.”
그녀는 당장이라도 약차가 담긴 선물상자를 바닥에 내팽개치고, 발로 마구 밟아버리고 싶었다.
제왕비는 마치 뜨거운 감자라도 손에 든 듯, 재빨리 옆에 있던 늙은 여종에게 상자를 건넸다.
그 모습을 보고 속으로 비웃은 장일희가 여전히 온화한 태도로 예를 표했다.
“왕비, 선물도 전해드렸으니, 저와 군주는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제왕비가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청아, 손님을 배웅해 드리거라.”
남궁월과 장일희는 조금도 미련 없이 몸을 돌려 그곳을 떠났다. 제왕비가 제대로 숨도 못 쉬는 모습을 본 두 사람은 기분이 몹시 통쾌했다.
‘약차’를 선물했으니, 제비왕의 마음은 불안해질 것이다. 그리고 점점 불안해져서 실수도 쉽게 할 게 뻔했다.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 웃으며 생각했다.
‘이제부터 좋은 구경을 하겠네.’
“군주, 장 소저!”
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울렸다. 소리가 난 곳을 쳐다보니, 푸른 옷을 입은 한 사내가 오른쪽 앞에 있던 나무 뒤에서 나왔다. 그는 바로 한회군이었다. 아마 이곳에서 꽤 기다린 듯싶었다.
한회군이 공손한 태도로 읍하며 말했다.
“장 소저, 잠시 시간 좀 내 주시겠습니까?”
장일희가 남궁월을 슬쩍 쳐다보자, 남궁월은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장일희는 곧바로 한회군을 따라 구석진 곳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사람을 보고 있던 백합이 갑자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씨, 아가씨께서 보시기에는 저 두 분이…….”
이때 백훼가 그녀를 째려보자, 백합은 결국 뒷말은 목구멍으로 삼키고 개구진 얼굴로 혀를 날름 내밀었다.
한회군과 몇 마디를 나눈 장일희는 곧바로 돌아왔다. 그녀의 뺨은 조금 붉어져 있었고, 눈은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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