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화. 고백 (3)
시간은 계속 흘러갔지만, 남궁월은 시종일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궁월은 얼굴에 그늘이 지게끔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 건지 명확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눈빛은 어두컴컴했으며, 입술은 일자로 꾹 다물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인적 드문 산골짜기에 세속의 일은 잊어버리고 홀로 핀 난꽃 같았다. 곧 그녀에게서 단호히 거절할 것 같은 분위기가 흘러나왔다.
소혁은 불안해서 마음을 졸였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 하나하나가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남궁월과의 첫 만남은 황도의 약방 앞에서 우연히 이루어졌다. 그때의 남궁월은 나이는 어렸으나 자신감에 차 있었고, 결단력도 있었다. 그리고 황궁 안에서 재회했을 때, 남궁월은 교활하고도 냉정한 수를 써서 3황자 한능부를 괴롭혔었다.
소혁이 부상을 입었을 때, 남궁월은 정성으로 그를 치료해 주었다. 그리고 소혁이 어둠속에서 헤맬 때 교묘한 말을 해주어 그를 구해 주기도 했다. 남궁월은 소혁이 괴로워할 때 세심하게 배려해 주었고, 소혁이 위험에 빠졌을 때 구원의 손을 뻗어 줬을 뿐만 아니라 계속 그의 편에 서 주었다.
그녀는 매번 소혁의 가슴 깊은 곳에 있던 안개를 걷어 주었으며, 소혁이 확 트인 마음으로 세상을 밝게 살아가게끔 해주었다.
남궁월은 이정도로 좋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소혁은 늘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시시각각 그녀를 떠올렸다.
15살의 소혁은 혈기왕성한 소년이었기에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절실히 얻고 싶었다.
그의 눈빛을 받은 남궁월은 가슴이 조금 아프면서도 따갑게 느껴졌다.
소혁은 진지하고 뜨거운 눈빛을 한 채, 두 손으로 진심을 가득 담아 남궁월에게 바쳤다.
남궁월이 소혁을 쳐다보자, 흑요석 같은 그의 두 눈동자가 반짝였다. 마치 밤의 장막에 걸린 별처럼 그의 몸도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소혁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천하에 군림할 만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의 새카만 눈동자 안에는 남궁월의 모습만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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