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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9화. 치켜세우다

1619화. 치켜세우다

이렇게 기쁨이 넘쳐나는 분위기 속에서 유일하게 염 부인만 입을 꾹 다문 채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

남궁월이 아드님들 교육을 잘 시켰다고 다른 부인들을 칭찬할 때, 염 부인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모두의 눈초리를 받았다.

“세자비의 과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염 부인은 어질고 지혜로운 처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남이 보기에는 그저 가식처럼 느껴졌다.

“준이가 발전성이 있기는 하지요. 하지만 그 공은 제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염 부인이 자기 옆에 있던 먹색 치마를 입은 부인의 팔을 잡고 끌어왔다.

“여기 이 사람이 준이의 이낭입니다. 준이가 세자를 따라 큰 공을 세웠다고 하셨지요? 세자비께서 상을 주실 분은 제가 아니라 여기 있는 손 이낭입니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염 부인의 손에 이끌려 나온 손 이낭은 어찌할 줄을 몰라 했다. 그러나 염 부인을 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존경심이 담겨 있었다.

손 이낭은 부인께서 참으로 겸손하시다고, 자기는 고작 노비에 불과해 아들 교육을 잘 시켰다는 칭찬을 받을 주제가 안 된다고 생각했다.

사방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부인들은 염 부인이 혹시 귀신이라도 들린 게 아닌가 의심했다.

‘첩실을 데리고 세자비가 초대한 연회에 참석한 것도 모자라, 세자비가 내리는 상을 일개 이낭에게 넘기다니?’

염 부인은 고개를 빳빳이 들고 가슴을 편 채 남궁월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녀의 입가에는 냉소가 걸려 있었다. 남의 시선은 신경도 쓰지 않는 듯했다.

최근 몇 달 동안 그녀는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보내왔다.

세가 출신인 그녀는 어질고 지혜로운데다 예법을 아는 여인이며, 염부에 시집온 몇 십 년 동안 지아비를 따르고 자식을 키워 염씨 가문을 잘 이끌어 왔다.

하지만 그렇게 노력을 해도 아무런 대가도 돌아오지 않았다.

염습준은 조그만 공을 세웠다고 세자에게 중용을 받았으며, 이 때문에 염부 내에서도 그에게 총애가 집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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