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9화. 성사되다 (2)
잠시 후, 금황색 황자포를 입고서 금관으로 머리를 틀어 올린 한능부가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그의 모습이 어쩐지 좀 이상했다. 얼굴은 초췌하고, 두 눈은 빨갛게 충혈되었으며, 정신이 나간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황제는 아직 노안이 오지 않았기에 그 모습을 자연히 알아볼 수 있었다.
이내 한능부가 예를 올리자, 황제가 바로 물었다.
“능부야, 혈색이 많이 안 좋구나. 몸이 불편한 게냐? 아니면 짐이 네게 오 태의를 불러다 주련?”
황제가 그리 묻자, 한능부는 그 자리에서 바로 무릎을 털썩 꿇었다. 그의 준수한 얼굴에서 비통한 기색이 옅게 묻어났다.
한능부가 고개를 조아리고 읍하면서 말했다.
“아바마마의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별것 아닙니다. 그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것뿐입니다.”
“마음의 병?”
황제는 눈썹을 꿈틀거리면서 의아해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그러느냐?”
한능부의 표정이 더욱 슬퍼지더니, 눈가에도 눈물이 반짝였다. 황제는 한능부의 그런 모습은 처음 봐서 더욱 의문이 들었다.
“아바마마, 소자는 지아비이자 아버지로서 제 처자식을 지켜 주지 못했습니다. 소자는 실로…….”
힘겹게 말을 떼는 한능부의 목소리에 약간의 흐느낌이 배어 있었다.
황제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불쾌한 기분을 드러냈다.
“설마 누군가가 네 왕비에게 감히 무례를 저지른 게냐?”
“아바마마, 사람의 험악한 마음은 실로 상상하기 어려운가 봅니다.”
한능부는 슬프면서도 분노하는 말투로 말했다.
“요 며칠 아바마마를 도와 일을 하는 동안, 내내 처자식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어제 갑자기 황도의 누군가가 헛소문을 내어 백 측비 모자의 평판을 더럽혔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백 측비가…… 백 측비가 다른 사내와 사통했고, 측비가 낳은 세자도 소자의 친자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말을 하는 동안 점점 더 격동한 한능부가 눈에서 분노의 불꽃을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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