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7화. 전쟁을 겁내다 (2)
두 대인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내 이항이 애석하다는 표정을 짓고 한숨을 쉬었다.
“왕야, 결국 이번에는 진남왕 부자만 살판났습니다.”
곡묵도 그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너무 아깝습니다. 겨우겨우 폐하를 자극해 진남왕 부자에 대한 살의를 진작시켰더니,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되었잖습니까…….”
‘다음에 좋은 기회가 오려면, 또 얼마나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할까…….’
한능부도 그건 좀 아쉬웠지만, 이를 갈면서 말했다.
“이번에는 진남왕 부자의 운이 좋았소. 지금은 잠시 그들을 놓아줄 수밖에 없었지만, 시간이야 많이 남아 있으니…….”
서융과의 전쟁이 끝나면 다시 훗날을 도모하리라. 절대로 이리 쉽게 진남왕부를 놓아줄 수 없었다.
한능부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든 일의 경중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은 서융과의 전쟁을 이용해 둘째 형님부터 치는 게 먼저다!’
이항이 눈을 반짝이면서 무슨 생각이 난 것처럼 말했다.
“왕야, 소관에게 방책이 하나 있사온데, 그 방책이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능부가 눈썹꼬리를 살짝 올리면서 이항을 쳐다봤다.
“말해 보시오.”
이항은 생각을 정리한 다음 말을 꺼냈다.
“왕야, 서강이 지금 위기에 처해 있으니, 폐하께서도 각지에서 병사들을 소집해 지원병을 보내실 겁니다. 남강 또한 대유의 영토이니 예외일 수 없겠지요. 그러니 저희가 진남왕이 서강으로 지원병을 파견하게 하는 겁니다. 어떠십니까?”
그 말을 들은 한능부가 가늘게 뜬 눈을 번뜩이며 날카로운 예기를 뿜어댔다.
“하지만 진남왕부가 순순히 파병할지…….”
“왕야, 설사 진남왕이 파병하지 않더라도 군량과 말, 무기를 지원해 달라고는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진남왕부에도 큰 피해를 입힐 수 있고, 나중에 서강 쪽이 마무리되면 그때 왕야께서 남강으로 출정하셔서, 남강을 치자마자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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