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5화. 춘심(春心)
한 시진이 지났을 때, 밖에 놀러 나갔던 두 독수리가 다시 돌아왔다.
이와 동시에 규수와 공자들도 두세 명씩 차일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다들 수확이 좀 있었던 것처럼 보였고, 소비와 상배미도 마찬가지였다.
두 규수는 여종들을 거느린 채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아치형 모양의 석교 위를 걸어오고 있었다.
여종들의 손에 들린 대나무 광주리에 각각 대여섯 개의 마갈악이 있는 것을 보면 수확이 좀 있는 듯한데, 이상하게도 상배미는 수심에 잠긴 것처럼 얼굴을 찌푸린 모습이었다.
“소 큰소저, 다시 가서 찾아볼까요?”
그녀들의 운은 사실 좋지 못했다. 열 개가량의 마갈악을 찾긴 했는데, 상배미만 한 쌍을 다 모았을 뿐 나머지 인형은 다 짝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소비는 개의치 않았다. 원래도 이 놀이는 흥을 돋우기 위한 것일 뿐, 참여하는 데에 의미가 있었기에 그런가보다 했다.
“아뇨. 우리는 이만 돌아…….”
그러나 소비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뒤쪽에서 귀에 익은 사내 목소리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배미야!”
상배미는 휙 몸을 돌려 쳐다봤다. 석교 반대쪽에서 훤칠한 키의 익숙한 두 인영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다섯째 오라버니!”
상배미가 대답하면서 상회희 옆에 있는 염습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염 셋째 공자!”
염습준을 보는 상배미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불현듯 염습준이 키우는 그 늑대같이 생긴 개가 떠올라 가슴이 철렁했다.
저번에 그녀는 그 개를 보고 너무 놀라서 발을 삐끗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 개 덕분에 시야가 확 트이고,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게 됐다.
상회희가 큰 걸음으로 누이동생에게 걸어가 손에 들고 있던 광주리를 내밀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이것들은 짝이 맞지 않는 것들이니, 다 네게 주마.”
상배미에게 광주리를 강제로 안겨 준 후, 상회희와 염습준은 그녀들을 지나쳐 다른 차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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