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6화. 같은 생각
진남왕은 생각할수록 안일후가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생질녀가 안일후에게 집착한 나머지, 실성한 사람처럼 구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진남왕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면 안일후는 확실히 사윗감으로 좋은 사람이긴 하다. 마침 내게도 정혼을 기다리는 규방 적녀가 있지 않은가…….’
처음에 남강에 온 안일후를 꺼리던 제 마음을 진작 잊어버리고 있던 진남왕이 저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안일후, 혹 정혼은 하셨소?”
관어백은 잠시 멍해졌다가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
“아직입니다.”
그는 그 이상의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진남왕은 깜짝 놀랐다. 관어백의 나이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금세 관어백의 신세가 떠올라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세 가지 불효 중, 후사가 없는 것이 가장 크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런 생각이 든 진남왕은 금세 좀 기운이 나서 다시 관어백에게 말을 걸려고 했다.
그런데 이때 길경이 보고하며 말했다.
“왕야, 세자와 세자비께서 오셨습니다.”
소혁과 남궁월의 방문에, 진남왕의 관심이 금세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보배 같은 손자를 생각하면, 소혁을 쳐다보는 진남왕의 표정도 나름 부드러워졌다.
그런데 소혁은 서재에 들어오자마자 놀라운 말을 꺼냈다.
“아버지, 교약란은 어차피 정신이 나갔습니다. 이렇게 된 거, 아예 제가 사람을 시켜 청월암(淸月庵)에 보내 버리겠습니다.”
교약란을 향한 소혁의 미움은 극에 다다라 있었다. 그는 대놓고 성과 이름까지 붙여서 부르며 자신의 불쾌감을 표현했다. 교약란은 그가 사촌 누이라고 부를 가치도 없는 사람이었다.
‘청월암?’
진남왕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청월암은 비구니 암자지만, 사실 여감(*女監: 여성 죄수들이 사는 감옥)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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