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2화. 불타오르는 시선
어느새 전시 시간이 절반 넘게 지나갔다.
사람들이 거의 황화태가 백지를 내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을 때였다.
마침내 황화태가 붓을 들어 막힘없이 술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생각의 갈피가 확실하게 잡힌 것처럼 보였다.
이때, 뒷줄에 있던 응시생들은 하나둘씩 붓을 내려놓았다. 어떤 응시생은 못 참고 슬쩍 고개를 들어 황화태 쪽을 힐끔 쳐다보고는 비웃는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황 회원께서는 또 어떤 고견이 있으시려나? 또 진부한 말만 쓰는 건 아니겠지?’
시간은 점점 흐르고 흘러, 향로에 꽂혀 있던 향이 끝까지 다 탈 때쯤에 딱 맞게 황화태가 여유롭게 붓을 내려놓았다.
이어서 감독관들이 답안지를 걷기 시작했다. 응시생들은 잠시 금란전에서 물러가 황제와 대학사들과 한림들이 답안지를 다 채점할 때까지 기다리게 되었다.
채점자들은 당일에 백 장의 답안지 중에서 일갑과 이갑을 뽑아야 했다.
황제는 당연히 모든 답안지를 자세히 볼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매 답안지마다 서두에 적혀 있는 몇 줄을 대강 훑어본 후, 평범한 글이라고 생각되면 글의 아랫부분은 읽지 않았다.
반 시진이 지났을 쯤, 황제는 벌써 서른 장 정도의 답안지를 다 읽은 상태였다.
그중 대부분의 글은 평범했고, 눈에 확 들어오는 글도 없었다. 간혹 독특한 견해를 제시한 자들의 글들은 황제의 눈길을 좀 더 끌었지만, 뭔가가 좀 빠진 것처럼 느껴졌다.
입을 일자로 꾹 다물고 있는 황제의 얼굴만 봐서는 그의 심정이 어떤지 알기 어려웠다.
황제는 답안지를 넘긴 다음, 새로운 답안지를 눈으로 쓱 훑어봤다. 그러나 흥미가 사라져 다시 다음 답안지를 보려는 그때, 갑자기 답안지를 들고 있던 황제의 손이 뚝 멈췄다. 그는 뭔가에 매료된 것처럼 밝아진 두 눈으로 그 답안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황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를 잘 알고 있는 류 공공은 황제가 나라의 거목이 될 만한 인재를 발견해서 크게 기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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