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7화. 태만하다
“자, 잠깐!”
소예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상유를 붙잡았다.
“아가씨, 어찌 그러십니까?”
소예에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상유는 걸음을 멈추고 얼른 가서 그녀의 가슴을 쓸어 주며 숨쉬기 편하게 해 주려고 했다.
“천천히 말씀하세요.”
“오늘이 워, 원단이니, 초, 초하루부터…….”
소예가 온몸의 힘을 쥐어짜며 겨우겨우 말했다. 숨 쉬는 게 점점 더 힘들어졌다. 온몸의 힘이 자꾸만 풀리는 것 같았다.
상유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다. 오늘은 정월 초하루이니 자신 때문에 부 안의 사람들의 흥을 깨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내 소예가 이를 꽉 물고 띄엄띄엄 말했다.
“고, 고…… 야, 약을…….”
“그렇군요!”
상유가 즉시 그 약을 떠올리고 급히 답했다.
“약! 그렇네요. 고 소저의 약, 고 소저의 약을 먹으면 좋아지시겠네요.”
그날 이후로 옥패를 고 소저에게 돌려주기 위해 소예는 고 소저가 어느 가문인지 물어보려고 완계각에 갔었다. 그런데 운 좋게도 그곳에서 고 소저를 만나게 되었다.
고 소저와 소예는 꽤나 마음이 통했기에, 고 소저는 혹시나 발병하면 쓰라며 집에서 쓴다는 그 약을 나누어줬었다.
상유가 급히 푸른 자기병을 가져와서는 나무 숟가락으로 검은 고약을 떠서 조심스럽게 소예의 입가에 대 주었다.
연달아 세 숟가락을 먹이고 나니 소예는 곧 좋아졌다. 호흡도 진정되고 안색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것을 보고 상유도 한시름 놓았다.
‘고 소저가 준 약이 있어 다행이야! 정말 신기한 약이란 말이야.’
약을 먹고 나니 소예는 점점 나아졌다.
이후 폭죽 소리가 점점 사그라들고 낙월성이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 * *
유난히 짧게 느껴지는 밤이 지나고 곧 아침이 되었다.
사람들은 진남왕에게 새해 인사를 드리려고 모두 본채에 모여들었다. 왕부의 식솔들이 몰려들더니, 곧 손님이 끊이지 않고 밀려 들어왔다.
새해 첫날은 이렇게 바쁘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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