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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화. 오만불손한 소저

1125화. 오만불손한 소저

장 부인이 보낸 초대장에는 시간이 명확하게 적혀 있었기에, 그 규수도 당연히 자신이 늦게 도착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낙월성에는 처음 와서 주변 지리를 잘 알지 못했다. 반 시진 전에만 출발하면 시간 맞춰 도착할 거라는 사촌 동생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던 터라, 일주향이나 늦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도 이것이 연회에 늦은 이유가 못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여종에게 좋은 말로 부탁해 보라고 했었다.

그런데 눈앞의 저 아낙은 눈치도 없이 좋은 말로 말하기는커녕 거드름을 피워대더니, 지금은 눈 뜨고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이 안에서 칠현금을 연주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보이지 않았지만, 규수는 지금 칠현금을 연주하는 사람이 석청아가 아니라는 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는 강남에서 우연히 석청아의 금 연주를 들어 본 적이 있었다.

그때 그녀는 석청아가 비범한 금예를 지닌 사람이라 높이 평가했었다. 그리고 최고 수준에 도달한 금예를 일평생 갈고 닦은 석청아에 비하면, 자신의 금예는 아직 한참 멀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틀 전에 석청아가 낙월성에 온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녀는 무리해서까지 사촌 동생한테 초대장을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이렇게 사촌 동생의 술수에 걸려들 줄은 몰랐다.

사촌 동생은 그녀가 논금 자리에 참석하는 걸 바라지 않는 모양이지만, 그럴수록 그녀는 더더욱 이 안에 들어가고 말리라 다짐했다.

비취색 옷을 입은 규수, 상 소저의 눈동자에 먹구름이 끼었다가 곧 사라졌다.

지금 칠현금을 연주하는 사람의 금예는 젊은 규수들 사이에선 나름 들어 줄 만하겠지만, 상 소저 자신의 실력에도 못 미쳤다. 그러니 석 대가의 금예에 견줄 수도 없었다.

이때, 장 부인이 보낸 중년 부인이 앞으로 몇 발짝 다가가. 문지기 아낙 옆에 서서 살짝 예를 표하며 방긋 웃고 말했다.

“소저, 실례하겠습니다. 제게 소저의 초대장을 보여 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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