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8화]
번외 10: 전생 이야기 1 - 폐위된 황제 (2)
백모소가 생각을 정리한 뒤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해 주었다.
“폐하, 소혁은 천성적으로 잔혹한 성정이라 부모와 아우까지 죽였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잔혹한 자라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그자는 남강군을 이끌고 백월을 물리쳐 남강 백성들의 민심을 얻어내 지금의 자리까지 왔습니다. 그런 걸 보면, 소혁은 가히 ‘효웅(梟雄)’이라고 할 수 있지요.”
백모소가 소혁을 칭찬하자, 한능부의 표정이 약간 굳으면서 눈빛도 어두워졌다.
그러나 백모소는 모른 체하고 계속 말을 이어 갔다.
“소혁은 효웅이니, 폐하를 살려 두는 편이 인심과 조정을 안정시키기에 유리하다는 이치를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무릇 큰 전쟁을 치르고 나면 회복기를 가져야 하는 법이지요. 대유는 이미 만신창이가 됐으니, 이 이상의 공격은 견디지 못할 거예요.”
소혁도 이런 도리를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능부는 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폐하, 저희는 도망갈 수 없습니다.”
백모소가 간절한 얼굴로 한능부의 손을 잡았다.
“여기에 남아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기회가 생깁니다!”
다들 건문제(建文帝)가 도망간 후, 명성조(明成祖) 주체(朱棣)가 평생을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살게 됐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훗날이 없었다. 평생을 생쥐처럼 어둡고 구석진 곳에서 숨어 산다면, 그건 살아도 죽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폐하, 한 번의 실패가 영원한 실패가 되지는 않습니다. 인내심 있게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다 보면, 우리 처지가 뒤바뀔 기회가 올 거예요. 그러니 여기서 포기하시면 안 됩니다!”
역사서에 나오는 명영종(明英宗)도 아우 주기옥(朱祁鈺)에게 제위를 빼앗겨 무려 팔 년 동안 궁에 연금됐었지만, 끝내 복위하여 황제로 불리면서 남은 생을 순탄하게 살았었다.
명영종도 복위했으니, 한능부도 복위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인내심 있게 기다리면서 세심히 방법을 강구하기만 하면 가능할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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