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화. 심문
그제야 초점을 되찾은 눈으로 위균의 얼굴을 알아봤다. 순간 머리 가죽에 소름이 돋은 전지는 허둥지둥 웃음을 지어 보였다.
“위, 위 장군이었구려! 도적놈들은 다 잡아들였습니까? 삼소저께선 역시 신기묘산(*神機妙算:평범한 사람은 짐작하기 어려운 뛰어난 지략이나 계략)입니다! 놈들이 다 계책에 꼼짝없이 걸려들었으니…….”
위균은 들이대는 전지를 밀어내고 서늘하게 웃었다.
“좀 전에는 우리가 저 비적들에게 박살 난 줄 알았나 보구려. 끝까지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려고 하니…….”
전지는 극구 부인하며 위균에게 잘 보이려고 애썼다.
“위 장군, 그게 무슨 말씀이오? 소관의 소저를 향한 충심은 절대 흔들리지 않소! 나더러 미끼가 되라고 하셔서 두말없이 미끼가 되지 않았소. 무슨 약인지도 모르고 마셨고 말이오! 내 목숨을 위 장군에게 맡긴 거나 마찬가지였는데 어찌 그런 서운한 소리를…….”
그때부터 전지는 혹시라도 위균이 자기가 역심을 품었다고 서은에게 고할까 봐 위균 뒤를 어미 오리를 쫓는 새끼 오리 마냥 졸졸 쫓아다녔다.
아무튼 공을 세운 건 사실이니 위균도 더 뭐라고는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을 쫓아다니는 게 귀찮아서 전지에게 이런저런 일을 떠맡겼는데, 둘이 제법 손발이 잘 맞았다.
일 층 구석에 앉아 있는 서택은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있었다. 모든 게 생각했던 것과 달랐던 것이다.
“공자님, 차 드십시오.”
연길이 주방에서 차를 한 주전자 들고 와 서택의 옆에 앉은 연릉에게 권했다.
연릉이 멍한 표정의 서택에게 물었다.
“차 좀 드시겠습니까?”
“아!”
그제야 정신을 차린 서택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소…….”
셋은 차를 마시며 위균이 뒷정리하는 것을 지켜봤다.
참다못한 서택이 입을 열었다.
“저자는 주인을 배반했던 자로 이번에도 도적들에게 투항하려고 한 것 같은데 위 장군은 왜 저런 자를 내버려 두는 건지 모르겠소.”
연릉은 서택을 바라보며 찻잔을 가볍게 흔들면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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