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2화. 대치
연승이 빙긋 웃었다.
“왜 그러십니까? 제가 평생 모를 줄 알았습니까? 남의 아들을 스무 해 넘게 자기 아들처럼 키우면서 자신의 인애로움에 감동하시지 않았습니까?”
순간 그의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눈에는 폭풍을 부르는 먹구름이 뭉쳐 있는 것 같았다.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날카로운 얼음 조각처럼 부서졌다.
“하지만 당신이 아니었다면, 나는 내 어머니와 헤어질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내 어머니는 우울하게 죽을 필요도 없었을 테지요. 결국은 당신이 우리 모자를 이렇게 만든 겁니다!”
황후는 믿을 수 없었다.
“도대체 누구에게 무슨 소리를 들은 것이냐? 류 오낭의 이야기를 들은 것이냐? 지난 20년간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지 정말 모르는 것이야? 그 여자의 이간질을 믿다니?!”
연승은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덤덤하게 말했다.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정말 양심에 거리낌이 없었다면, 어찌 내가 적장자의 자리를 차지하게 했겠습니까? 결국은 양심의 가책이 있었으니까 아버지가 저를 세자로 세우도록 내버려 두었겠지요. 설마 진심으로 원해서 친아들이 아닌 나에게 아버지의 자리를 물려주는 것에 동의하신 겁니까? 그걸 누가 믿겠습니까?”
그녀는 뭐라고 반박해야 할지 몰라 입만 벙긋거렸다. 지금의 상황이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연승은 더욱 냉담해진 눈빛으로 황후를 바라봤다.
“당신처럼 벗을 해치고, 남의 남편을 빼앗고, 혈육을 갈라놓은 여자가 내 어머니가 될 자격이 있습니까?”
“하!”
황후는 웃음을 터뜨렸다. 차마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의 비통함이 올라왔지만, 아직은 마지막 희망을 갖고 있었다.
“승아…… 내가 너를 20년 넘게 키웠는데, 정녕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냐? 류 오낭이 하는 말은 믿고 이 어미 말은 믿지 않는단 말이냐? 왜 이 어미에게 진실이 무엇인지 묻지 않았느냐?”
연승은 눈 하나 꼼짝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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