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2화. 원군
사방으로 피가 튀고 팔다리가 굴러떨어졌다. 전쟁은 뜨거운 피와 차가운 철로 이뤄졌다. 그 속에서 사람의 목숨은 너무도 쉽게 사라졌다.
병사들은 끊임없이 쓰러졌다. 어떤 이는 중상을 입고도 끝까지 적을 붙들고 함께 죽으려고 발버둥 쳤다.
어젯밤까지 함께 밥을 먹던 동료가 피바다에 누워있었고, 한때 서로의 목숨을 지켜주던 전우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생(生)과 사(死)로 운명이 갈렸다.
참혹한 전투가 계속될수록 양쪽의 병사들 모두 시뻘게진 눈으로 더 미친 듯이 싸웠다. 서은은 풍춘초가 비분에 찬 고함을 지르며 대도를 휘두르는 모습을 봤다. 그동안 계속 함께 싸워 온 산민 출신의 부녀영 하나가 풍춘초를 노리던 창을 막으려다 그대로 창에 꿰뚫려 쓰러진 것이다.
“소저, 병력이 너무 부족합니다.”
상아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도 내려가서 돕겠습니다!”
“가지 마.”
서은은 냉정하게 전황을 살피며 상아를 막았다.
“네 무공으로는 저 난장판에서 큰 도움이 안 돼. 가면 죽어.”
“하지만…….”
“전장에서 죽음을 두려워할 수는 없지만, 목숨을 걸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해.”
서은이 병사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훈련이 잘되어 있으니 네가 끼어들면 오히려 진형이 흐트러질 수 있어.”
상아는 그제야 전투에 뛰어들 생각을 버렸다. 하지만 상황이 급박한데 어떻게 평화롭게 관전만 하고 있겠는가?
그때 뒤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본 상아가 기쁜 목소리로 소리쳤다.
“소저! 원군입니다!”
서은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절벽 너머에서 연가군의 복색을 한 병사 하나가 올라왔다. 바로 전날 그들을 안내했던 고수였다.
“응?”
그는 이쪽을 보고 한 번 웃어 보이더니, 서둘러 밧줄을 꺼내어 한쪽 끝을 바위에 묶고 다른 쪽 끝을 아래로 던졌다.
가져온 밧줄을 모두 아래로 던진 그가 달려와서 보고했다.
“군주, 왕야께서 병사들을 이끌고 오셨습니다! 원군이 도착했습니다!”
그사이 연가군 병사들이 속속 절벽을 올라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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