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2화. 믿거나 말거나
표정이 완전히 누그러진 연승이 말했다.
“시간이 늦었으니 이만 가 봐야겠습니다. 이모님은 일단 차분히 수행에 힘쓰셔야 합니다. 당장은 지켜보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제가 도와드릴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그의 말 한마디에서 마침내 희망을 본 류 태비는 눈물을 훔쳤다.
“수행하는 게 뭐가 힘들겠느냐. 네가 이 이모를 마음속으로 기억만 해 준다면 평생 이곳에 갇혀 지내도 난 상관없어.”
“그러실 필요는 없을 겁니다.”
연승은 구체적인 이야기들은 숨겼다.
“아직 젊으시니 이곳에 계속 갇혀계시지는 않을 거예요.”
류 태비가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래, 이모는 그저 기다리마.”
연승이 떠나고 나자 류 태비는 한숨을 내쉬며 방석에 털썩 주저앉았다.
겨우 연승을 설득해냈다. 태원궁에 갇힌 지 고작 한 달밖에 안 됐는데도 그녀는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제대로 자지도 못했다.
초빙된 비구니들은 매일 인시(*寅時:3~5시)에 그녀를 깨웠다. 아침 불공이 끝날 때가 되어서야 하늘이 어렴풋이 밝아졌다. 밀가루 빵 두 개를 욱여넣은 다음에는 밭일을 해야 했다. 일이 끝나고 나면 저녁 불공을 드려야 했고, 밤늦게까지 불경을 외워야 했다. 만약 다음 날까지 외우지 못하면 벌로 손바닥을 맞기까지 했다.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할 바엔 차라리 목매달고 끝내는 게 나았다. 하지만 다행히 연승은 자신의 말을 믿는 눈치였다. 그가 권력을 잡게 된다면 자신도 자유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류 태비는 소왕비를 떠올리며 냉소했다.
‘그때가 되면, 너에게도 똑같이 돌려주마!’
연승은 조용히 궁에서 나와 마차에 올라탔다.
그의 시종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
“세자, 정말 그녀의 말을 믿으십니까?”
연승은 담담하게 대꾸했다.
“내 믿음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녀가 내 말을 믿었다는 거지.”
희망을 주었으니 류 태비는 비밀을 지킬 것이다. 지금 그의 지위는 견고하다고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출생의 비밀은 반드시 숨겨야 했다.
Support your favorite authors and translators in webnov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