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6화. 서신
연길이 건넨 종이 꾸러미를 받은 연릉은 안에 든 환약을 꺼내 입에 넣고 몇 번 씹은 후 꿀꺽 삼켰다.
“공자님, 여기 물입니다.”
연길은 급히 따뜻한 물을 따라 건넸다.
연릉은 꿀꺽꿀꺽 물을 들이켠 다음 계속 서신을 썼다.
연길은 감히 더 이상 방해하지 못하고, 옆에 가서 취사병을 도와 밥을 준비했다.
행군 도중 잠시 쉬어 가기 위해 펼친 진지였기에 병사들은 다들 정신없이 바빴다. 불을 피우고 솥을 걸고 밥을 지었다. 어떤 이는 말에게 목초를 먹였고, 또 어떤 이들은 사적인 용무에 바빴다. 잠시 뒤면 다시 행군을 시작해야 하니 바쁠 수밖에 없었다.
연길이 음식을 들고 돌아왔을 때도 연릉은 아직 서신을 다 쓰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자 연길은 어쩔 수 없이 재촉하듯 말했다.
“공자님, 식사 먼저 하세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결국 연릉은 서둘러 서신을 마무리 지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연가군의 일익을 맡은 장수였다. 개인의 사정으로 일군의 행군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급히 서신 쓰기를 끝낸 연릉은 붓을 거둔 다음 서신을 바위에 널어 말리면서,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 그릇을 들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식사를 마치니 먹물도 다 말라 있었다. 서신을 봉투에 넣고 봉한 다음 연길에게 맡겼다.
“어디로 보내는지 알지? 중간에 잃어버리지 않게 신경 써.”
“네네, 우리 공자님의 보물인데 제가 어찌 감히 잃어버리겠습니까!”
“히죽거리기는!”
연릉이 연길의 머리를 가볍게 때리며 호통을 쳤다.
“어서 처리해라! 지체되면 다 네 탓이다.”
연길은 하하 웃으며 잽싸게 달려갔다.
연릉은 괜히 쑥스러워 머리를 긁적이다가, 곧 당당한 태도를 되찾았다. 다시 생각해 보니 이상할 게 없었다.
‘내가 내 정혼자에게 서신을 쓰겠다는데 누가 뭐래? 당연한 거지!’
대군은 곧 다시 출발해서 행군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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