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4화. 진면목
상아는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계속 재잘거리며 주제에서 멀리 벗어났다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어쨌든 우리 소저는 사람의 생명을 헛되이 하고 싶지 않아 하십니다. 그러나 산채에 먹여 살려야 할 식구가 너무 많으니 어쩌겠습니까? 그런데 한참을 생각해 보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방법이 있었습니다.”
그 순간 누군가가 더는 참지 못하고 외쳤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려는 것이냐? 할 말이 있으면 대놓고 말해라!”
상아는 싱글벙글 웃어 보였다.
“뭘 그리 조급해하십니까? 우리는 도적이니 도적의 본분을 다하려면 사람은 해치지 않더라도 재물을 챙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우리 소저는 특별히 제안하시려는 겁니다. 여러분은 돈으로 목숨을 바꿀 수 있습니다. 만약 충분한 돈을 낸다면 바로 이곳을 떠날 수 있습니다!”
절망에 빠진 귀인들은 이 말을 듣자마자 눈이 번쩍 뜨였다.
“그게 사실이오?”
“떠날 수 있다는 말은 우리를 무사히 돌려보내겠다는 뜻인가?”
“여기서 풀어 주고선 밖에 있는 그대의 동료들이 또 우리를 잡는 건 아니오?”
“물론 사실이에요.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서은이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손가락 하나로 옆을 가리켰다.
“돈만 충분히 내놓으면 저 쪽문으로 나갈 수 있어요. 그다음에 적당한 곳에 몸을 숨기고 반나절이나 하루 정도 있으면 원병이 도착하지 않겠어요?”
이 말에 다들 귀가 솔깃했다. 이 판국에 돈이 무슨 소용인가?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내놓을 수 있다!
건장한 사내가 빈 탁자와 의자를 들고 오자, 상아가 의자에 앉으며 소리쳤다.
“자자, 지금부터 돈을 받겠습니다!”
연회에 참가한 하객들은 대부분 대단한 보물은 지니고 있지 않았지만, 서은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전 실속 있는 것을 좋아해요. 특히 금빛 찬란한 것을 가장 좋아하죠.”
그럼 문제없었다. 하흥왕의 상춘연에 참가한 하객은 남자이든 여자이든 잘 차려입었으니 반짝이는 장신구가 없을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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