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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화. 불이야

281화. 불이야

하흥왕은 침착한 얼굴로 시위통령(侍衛統領)의 보고를 들었다.

“……하여 유일한 통로가 낙석으로 막혀 말과 마차는 물론 사람도 다니기 힘듭니다……. 산사태가 난 것 같습니다…….”

“오늘은 비가 온 것도 아니고 돌풍이 불지도 않았는데 어찌 산이 무너질 수 있단 말이냐?”

통령의 이마에서 땀이 뚝뚝 떨어졌다.

“소장의 생각도 그렇습니다. 자연적인 산사태가 아니라 누군가의 소행 같습니다. 아마 아까 그 소리는 화약이 터지는 소리 추정됩니다.”

하흥왕은 의아해했다.

“화약이 그 정도 위력이란 말이냐?”

당연한 의문이었다. 화약은 보통 폭죽이나 불꽃놀이에 사용했고, 가끔 공연할 때도 사용되었다. 화약이 바위를 날려 버릴 수 있다는 건 금시초문이었다.

통령이 대답했다.

“소장이 떨어진 낙석을 살펴볼 때 분명 초연 냄새가 났습니다.”

통령의 대답에 하흥왕의 안색이 더 안 좋아졌다.

통령의 대답이 맞다면 이는 두 가지 정보를 말해 주었다. 하나는 누군가가 일부러 자신들이 돌아갈 길을 끊고 이곳에 가두었다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그자가 산을 폭발시키기 충분한 위력을 가진 화약을 손에 쥐고 있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하흥왕은 더 이상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가 벌떡 일어나서 호령했다.

“당장 사람을 보내 산을 수색하도록 하라! 산사태를 일으킨 자를 찾아야 한다!”

“네!”

하흥왕은 몇 걸음 서성거리다가 덧붙였다.

“정찰은 한 소대만 보내라. 적은 어두운 곳에 숨어 있고 우리는 노출되어 있으니, 조호이산(*調虎離山:적을 유리한 곳에서 벗어나게 유인하여 공격하는 계략)일 수 있다!”

“네!”

시위통령이 물러가자 하흥왕은 다시 연회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얼굴은 여전히 걱정으로 가득했다.

만약 산사태가 인위적인 것이라면 적의 목표는 의심할 여지 없이 이 별장이었다. 하흥왕부 사람들은 대부분 다 여기에 있으니, 만에 하나 일이 생기면 왕부에 남은 녀석들이 상황을 수습할 수 있을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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