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화. 신세
이모(姨母).
어둠 속에 누운 연승은 천장을 응시하며 눈을 똑바로 떴다.
그는 도성에 있었을 때 현비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녀는 그때도 만약 그가 원한다면 ‘이모’라고 불러도 된다고 말했었다. 그때는 몰랐는데, 그 뒤에는 다른 뜻이 숨어 있었다.
그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는 엄하지만 자애로우셨고, 어머니는 그를 꼼꼼하게 챙기셨다. 그건 연릉이 생긴 뒤에도 변함없었다.
그는 소국공의 적장자였다. 국공부의 세자였고, 앞으로 소국공의 작위와 이 큰 가업을 계승할 사람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이 모든 것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갑자기 어떤 사람이 그에게 이 모든 것은 사실이 아니며, 소국공부인이 그의 어머니가 아니라고 말한 것이다.
그것이 어찌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그러나 류 현비는 나름의 근거를 들었다.
“승아,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거라. 연 이공자는 아비와 어미를 둘 다 닮지 않았느냐? 하지만 너는 아비만 닮았을 뿐 네가 어미라고 생각하던 동 씨와는 전혀 닮지 않았다.”
맞는 말이었다. 자라면서 사람들에게 들었던 말이었다.
“또 생각해 보거라. 동 씨는 연 이공자와 특별히 친근하지만, 너와는 가까워질 수 없는 벽이 있지 않았느냐?”
아니다. 어머니는 저에게도 늘 다정하셨다. 다만 릉이가 응석받이 막내라 더 챙기실 수밖에 없었던 것뿐이다. 반면에 자신은 가문을 이어받을 장남으로 먼저 철이 들었을 뿐이었다…….
“친근하고 말고는 상대적인 것이다. 설마 널 대하는 게 연 이공자를 대할 때만 못하다고 느낀 적이 없단 말이냐?”
그러고 보면…… 확실히 그랬다…….
어머니는 연릉에게는 눈감아 주는 일이 많았다. 예를 들어 서씨 집안과의 혼사 같은 것도 처음 아버지는 탐탁지 않아 하셨지만, 나중에 어머니가 설득해서 이뤄졌다.
하지만 이런 몇 가지만으로는 믿을 수 없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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