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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화. 찬란한 유산 (3)

96화. 찬란한 유산 (3)

“땅에서 작물이 나와야 풍수가 좋은 거지. 자네가 딛고 있는 땅 좀 보게. 딱딱한 게, 마치 돌덩이 같잖아. 이렇게 땅이 단단하고 흙이 얇은 곳에서는 애초에 농작물이 자라지도 않는데, 물과 산을 끼고 있어 봤자 무슨 소용인가?”

구수운은 무식한 부잣집 여식이 아니었다. 땅을 사기 전에 농부와 함께 직접 농작물을 심어 길러 본 그녀는 땅의 비옥함과 황폐함쯤은 구별할 수 있었다.

마부가 발아래 땅을 디디자, 흙이 갈라지며 아래 숨어있던 돌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를 본 그가 빠르게 말머리를 돌렸다.

“그래서 이 넓은 땅에 쥐새끼 한 마리도 없는 거였군요…….”

“이만 가지.”

구수운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었다.

“나리, 여기까지 왔는데 제가 가서 확인해 볼까요?”

묵자는 물가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녀는 땅이 황폐한 건지 비옥한 건지, 조금도 구분할 줄 몰랐다. 씨를 뿌려 땅을 경작하는 방법조차 몰랐으니, 관심이 없는 것도 당연했다.

“뭘 더 본다는 거야?”

발을 젖히고 마차에 타려던 구수운이 묵자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농사는 못 지어도, 물고기는 잡을 수 있을 거예요. 저기 강이 있잖아요?”

농산물로 안 되면 수산물로 부를 이루면 된다고 묵자는 생각했다.

“물고기가 잡히면, 강가에 사람들이 살았겠지. 하지만 지붕 하나 안 보이잖아.”

사실 홍유요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에워싸인 지형이었기 때문에, 조금 전 구수운이 서 있던 곳에선 홍유요 전역을 내려다볼 수 없었다.

하지만 홍유요를 보자마자 완전히 실망해버린 구수운은,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나리, 가서 강물만 살펴보고 금방 올게요.”

그러나 구수운만 고집을 부릴 줄 알던가?

“마차에서 눈 좀 붙이고 계세요. 잠드시기 전에 돌아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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