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3화. 신방이 없군
혼례복 치맛단과 소맷단에는 상사나무 열매와 상사나무 가지 문양이 있었고 상사나무 위에는 묵자 모란이 수놓아져 있었다. 새싹부터 가지, 꽃망울, 꽃봉오리, 피기 직전의 봉오리와 살짝 핀 봉오리, 반쯤 핀 꽃에서 만개한 꽃까지 모든 게 다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 사람은 자기가 입을 옷만 신경 썼던 게 아니라 묵자의 옷에도 마음을 쓴 것이다. 그는 묵자가 자신의 옆에 있어도 뼈에 사무치게 그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묵자 모란은 묵자의 혼례복뿐 아니라 그의 혼례복에도 있었는데, 그의 온화함과 따스함을 더 돋보이게 해주어 무척이나 매혹적으로 보였다.
묵자가 절을 했고 봉황 관은 무겁지 않았다. 그의 세심함과 다정함 속에서 묵자는 그의 아내가 되었다.
누가 손뼉을 치기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연달아 왁자지껄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가장 기운차게 웃은 사람은 바로 취어와 정구였다. 예의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머리에 쓴 붉은 천을 걷어 올리라고 외쳤다.
‘애늙은이’ 명년이 보호하며 나섰다.
“안 됩니다, 안돼요. 신부가 신방에 들어가기 전에는 붉은 천을 걷어낼 수 없습니다.”
“이봐 동생. 아직 정오도 안 됐는데 신부를 신방에 들여보내면 신부가 답답해 죽지. 게다가 우리 묵 형은 보통 여자가 아니잖아. 우리 다 비바람 속에서 운명을 함께한 우정을 나눈 사이라고. 형제들에게 다 새로운 경험하게 좀 해주자고. 묵자가 꾸민 모습을 보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잖아.”
취어가 하하 웃으며 말했다.
그가 말을 마치자 그의 말에 동조하는 많은 사람이 다 같이 벗으라고 외쳤다.
그제야 시간을 본 묵자가 몰래 원징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이렇게 말했다.
“맞아요, 이렇게 일찍 나보고 신방에 들어가서 기다리라고 하고 당신은 밖에서 한밤까지 술 마실 거에요?”
원징이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부인, 못 기다리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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