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화. 공을 세우고 물러나다 (7)
본채의 전실을 지나 앞마당 화원으로 들어가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원형 담장에서 갑자기 우당탕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어떤 여자의 악에 받친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다.
“이 손 놔, 내 손 놓으라고! 아야, 아파 죽겠네. 낭군님! 낭군님! 얼른 와서 저 좀 구해주세요!”
임 공자가 그 소리를 듣고 아연실색하여 발걸음을 재촉해서 그 앞으로 다가갔다.
소마가 묵자를 향해 눈을 찡긋거리며 말했다.
“보세요, 제가 뭐랬어요? 귀찮은 일이 이제야 생겼네요.”
묵자는 귀찮은 일이 무엇인지 묻고 싶었지만, 임 공자가 가기도 전에 두 사람이 원형 담장 뒤에서 돌아 나오는 것을 보았다.
두 여인 중 한 사람은 다른 한 여인을 잡아끌고 있었다. 그중 흰 꽃무늬가 수가 놓인 하늘색 치마에 흰색 모란꽃 가지가 그려진 비갑(*比甲: 민소매로 되어 양쪽에 트임이 있고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조끼)을 입은 여인은 검은 머리칼을 하나로 묶어 오른쪽 어깨로 늘어뜨리고 있었다. 그녀는 매우 단아하고 아름다운 용모였지만, 몹시 화가 난 표정으로 앞에서 뒤에 있는 여인을 잡아끌고 있었다.
뒤에 끌려오는 여인은 앞서나가는 점잖은 색 의복을 입은 여인과 대조적으로 붉은색, 노란색, 남색, 녹색 등 일곱 가지 색으로 온몸을 휘감고 있었다. 알록달록한 꽃무늬 옷을 입은 여인은 새빨간 연지를 뺨에 찍고 입술에는 장미 연지를 바르고는 반짝거리는 눈을 깜빡였다.
그 모습을 본 묵자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마치 막장 드라마의 주연 여배우를 만난 것 같다고 묵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낭군님—!”
끌려오는 여인은 교태가 철철 넘치는 목소리로 제 남편을 길게 불러서인지 목이 멘 모양이었다.
묵자는 그 목소리에 귓바퀴에서부터 안쪽까지 닭살이 돋으면서 속이 울렁대는 느낌이 들었다. 머릿속이 다 망가질 것 같아서, 묵자는 악마의 소리가 귓속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힘껏 고개를 흔들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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