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화. 청록사(青鹿寺)
“그런데 어머니는 왜 갑자기 청록사에 간다는 거야?”
임선의 얼굴이 조금 빨갛게 변했다.
“더 추워지기 전에 바람도 좀 쐬러 가시는 거지. 어머니도 집에만 계시면 답답하실 거야.”
언니의 반응을 본 임유가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 이제 보니 언니에게 좋은 부군이 나타나도록 부처님께 빌러 가는 거구나?”
임선이 손을 들어 동생의 팔뚝을 때렸다.
“놀리지 말고. 너도 이제 적은 나이는 아니니 부군을 비는 거면 같이 빌어야지.”
임선은 동생이 또 자기를 놀릴까 봐 얼른 잡아끌었다.
“빨리 준비해. 청록사에 가면 며칠 묵을 거라고 하셨어. 밖에서 지내려면 집처럼 편하지는 않을 테니 필요한 걸 잘 챙기는 게 좋을 거야.”
낙영거로 돌아간 임유는 보주에게 간식거리를 넉넉하게 만들어 챙기라고 분부했다.
며칠 뒤 임 씨는 두 딸을 데리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곧 도성 밖으로 나갔다.
성문을 나서자 높은 산과 넓은 들판이 나타나 가을 정취가 더욱 짙어졌다.
임유는 휘장을 걷고 창밖 풍경을 즐겼다.
“뭐가 그렇게 볼 만해서 눈을 떼지 못하니?”
마차에 함께 탄 임선이 동생에게 가까이 다가와 앉으며 물었다.
“언니, 저기 황금빛으로 빛나는 들판을 봐. 그리고 붉은색으로 물든 산도 그렇고. 너무 예뻐.”
임유는 기분 좋은 표정으로 빙그레 웃으며 창문 밖을 가리켰다.
이 길은 전생에도 지나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도성에서 탈출했을 때는 섣달이었기 때문에 가는 길 내내 이런 황금색과 연홍색의 황홀한 풍경은 없었다. 황량한 산과 바짝 마른 들판만 눈에 가득한 스산한 풍경이었다.
앞길이 보이지 않는 절망과 무력감으로 가득한 그녀의 마음과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머니, 언니와 함께 여유롭게 향을 피우러 가고 있었다. 그 환희가 얼마나 큰지는 그녀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임선도 웃음을 머금고 창밖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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