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화. 기회
“유아야, 목마르지 않아?”
한동안 침묵이 흐른 뒤 주가옥이 물었다.
주가옥에게 있어 평생 가장 짜릿했던 일은 친구들과 함께 평가후세자가 망신당한 일에 관해 떠들었던 것이었다. 눈앞의 고요함은 그렇게 곱게 자란 규수의 불안감을 증폭시켰기에 뭐라도 말을 해야 안심이 됐다.
“조금. 넌?”
“나도 목말라.”
주가옥은 목이 메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다려 보자. 물하고 밥은 주겠지.”
임유는 주가옥을 위로하기 위해 이렇게 말했지만 사실 자신 없었다.
그녀의 추리가 맞는다면, 그자의 진짜 목적은 그녀를 죽이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녀들이 목마른지 배고픈지에 신경을 쓰겠는가?
두 사람은 날이 저물 때까지 기다렸다.
동굴 입구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두 사람은 고개를 슬쩍 돌려 그쪽을 바라봤다. 입구로 들어온 남자는 어깨에 무언가를 짊어지고 있었다.
임유와 주가옥이 그 사람이 짊어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살피기 전에, 그는 짊어지고 있던 것을 땅에 던져 버렸다.
아프다고 소리치는 소리가 났다. 바닥에 뒹굴고 있는 것은 뜻밖에도 소녀였다. 그녀는 원래 기절했던 것 같았는데, 바닥에 내팽개쳐져 정신을 차린 다음에도 잠시 상황 파악을 하지 못했다.
“누구냐? 우리 아버지는 도성에서도 갑부라고! 네가 이렇게 함부로 대하면 아버지가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 날 풀어 줘! 누구 없어요! 살려 주세요—.”
그러자 커다란 손이 소녀의 가느다란 목을 움켜쥐고 차분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난 한 사람분 몸값을 덜 받아도 괜찮다.”
“그, 그게 무슨……?”
소녀는 표정으로는 여전히 센 척했지만, 속으로는 잔뜩 졸아들어 목소리가 작아졌다.
남자는 소녀가 뭐라고 하든 무시한 채 묶은 다음, 품에서 떡 하나를 꺼내 묵묵히 뜯어 먹었다.
동굴 안은 불을 피우지 않아 음산하고 축축한 기운이 모든 사람을 감싸고 있었다.
소녀는 참지 못하고 애원했다.
“제발 날 보내 줘. 우리 아버지가 많은 돈을 주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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