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화. 왕복
한참 후에 태자는 미친 듯이 방 안의 기물을 때려 부수기 시작했다.
진귀한 다기와 꽃병이 부서져 바닥에 나뒹굴었다. 와장창하는 소리에 듣는 이의 심장이 움츠러들었다.
“전하, 찔리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왕복이 사방으로 튀는 도자기 파편을 막으며 말했다.
“꺼져라!”
태자는 시뻘건 눈으로 왕복을 걷어찼다.
왕복이 엉금엉금 기어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전하, 옥체에 상처가 날까 저어되옵니다.”
“꺼지라고 했다!”
태자가 또 걷어찼다.
왕복은 또 묵묵히 엉금엉금 기어서 돌아왔다.
그 후로도 한 사람은 인정사정없이 걷어차고, 다른 한 사람은 끝까지 엉금엉금 기어 돌아오는 황당한 장면이 동궁에서 벌어졌다.
마침내 지쳐 버린 태자는 자신의 앞으로 다시 기어 온 어린 내시를 노려보며 물었다.
“네 이름이 뭐였지?”
“소인은 왕복이라고 하옵니다. 복 복(福) 자를 씁니다.”
“왕복.”
태자는 허탈한 듯 침상에 주저앉아 무의식적으로 그의 이름을 되뇌었다.
구석에 서서 숨도 못 쉬고 있던 궁인들은 매타작당한 개처럼 널브러진 어린 내시를 살짝 훔쳐봤다. 그 눈에는 부러우면서도 만감이 교차하는 눈빛이 스쳐 지나갔다.
전하께서 저 어린 내시의 이름을 분명히 기억하셨으니 앞으로 왕복은 왕귀를 대신할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고 궁인들의 추측이 맞았다. 영리하고 상전의 기분을 잘 살피는 왕복은 태안제의 경고를 깨닫고 미쳐 날뛰던 태자의 화풀이를 온몸으로 받아 냈고, 곧 태자와 떨어질 수 없는 심복이 되었다.
그리고 바로 이때, 조정 고관대작들 사이에는 놀라운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 * *
태자의 왼손이 망가졌다.
어디서부터 난 소문인지 모르지만, 조정 대신들은 다른 대신을 만나면 말을 할 듯 말 듯 서로 떠보곤 했다. 그러다 둘 다 그 소문을 들은 것을 확인한 다음에는 비로소 속 시원하게 소식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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