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화. 말을 들으면 약을 줄게 (1)
유표설은 당염원의 담담한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시선을 낮게 드리웠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그녀는 오랫동안 세상 사람들에게 추앙받으며 길러 온 교만함을 바로잡았고, 어떤 것들은 가지려 해서 안 되고 마음속으로 생각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 아가씨, 이 모든 것은 표설이 잠시 눈이 멀었던 탓이니, 당 아가씨께 용서를 빌겠습니다.”
유표설이 용서를 구하는 태도는 진실하고 간절했으며 거짓은 하나도 없었다. 자신의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하물며 그녀 같은 절색의 여인은 어릴 때부터 관심받고 추앙받았기 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특히 중요하게 여겼다.
“무은소주와 당 아가씨는 모두 뛰어난 인물들이며 실로 천생연분인 한 쌍입니다. 표설이 그만 잘난 체를 하면서 이런 나쁜 짓을 저지르게 되었습니다. 당 아가씨께서 때리면 맞고, 욕하면 들을 테니 부디 방금 하셨던 말을 철회하시고 표설의 목숨은 살려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오직 저 때문에 이렇게 귀중한 천품 단약을 낭비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진심이 담긴 유표설의 말에서는 용서를 구하고자 하는 뜻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그러자 당염원이 물었다.
“아직도 고홍의 여인이 되고 싶나요?”
“아니요.”
유표설은 방금까지 이번 생을 통틀어 가장 큰 위기를 겪었다. 그렇기에 사릉고홍에 대한 마음을 조금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지워 낼 수 있었다. 사내를 얻으려 하는 것은 상관없었지만, 그러기 위해 목숨까지 바치고 싶지는 않았다.
당염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가를 생각하고 유표설을 쳐다보았다. 진지한 그녀의 모습은 마치 자신의 간식을 지키는 아이 같았다.
“꿈도 꾸지 마세요!”
당염원을 향해 끝없는 두려움을 품고 있던 유표설은 이때 당염원이 내보인 표정에 마음을 살짝 떨었다. 이내 유표설이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표설은 다시는 무은소주를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요!”
당염원은 만족스러운 듯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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