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화. 고홍의 아이 (2)
어느새 해가 중천에 걸렸다.
당염원은 숙소에 도착할 때가 되어서야 잊고 있던 것이 생각나 사릉고홍에게 물었다.
“왜 그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요?”
여기서 말하는 ‘그 사람’은 궁근묵이었다.
그녀에게 사람의 목숨은 그리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 그녀는 대부분의 경우 죽여서 일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 다만 처음에 비해 그녀도 많이 성장하고 달라졌기 때문에 그냥 죽이는 것에 대해 많은 감정과 생각이 들긴 했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닌 이상 함부로 죽이려고 하진 않았다.
그러나 사릉고홍은 그녀의 역린과도 같았다. 역린을 건드리는 자는 무조건 죽는다.
사릉고홍이 대답했다.
“죽이는 것도 번거롭소.”
만약 과거 당염원을 만나기 전의 사릉고홍이었다면 그냥 죽였을 것이다. 그러나 당염원과 함께한 뒤로 그 역시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아졌다. 사릉고홍은 당염원에게 그녀가 마음껏 유람할 수 있는 천하를 주고 싶었다. 당염원에게 매일같이 쫓겨 다니는 번거로운 나날을 주고 싶지 않았고, 또 사람들이 그녀를 괴물처럼 쳐다보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궁근묵을 죽이는 건 쉬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를 죽이고 나면 대운해 전체가 적이 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혹은 대운해 전체를 없애 버리고 당염원이 다치지 않도록 보호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마지막에 남는 것은 세상 사람들의 두려움과 혐오였다. 당염원은 이런 결말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당염원은 피비린내를 싫어했고, 흩어진 피와 살점들을 보는 것도 싫어했다. 그래서 적을 죽일 때마다 재로 변하게 만들었다. 사릉고홍은 당염원을 그녀가 싫어하는 환경 속에서 지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에게 세상 모든 좋은 것을 다 주고 싶었다.
마음속에 차오른 감정은 수없이 많고 다양했지만, 사릉고홍은 이를 입 밖으로 좀체 꺼내지 않았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당염원을 품에 꽉 안고 그녀의 향기를 깊이 들이마시는 것뿐이었다.
Support your favorite authors and translators in webnov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