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1화. 단 한 사람을 위해 천하를 등지다 (4)
사릉무사가 원근연을 흘끗 쳐다보며 말했다.
“아직도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쓸 여유가 있으시네요?”
어린아이에게 혼나는 기분은 정말이지 난감 그 자체였다.
원근연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습관이 되어서.”
일가의 주인으로서 체면치레로 세상사를 대처하는 일에 너무 익숙해졌던 것이다.
사릉무사가 작은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했다.
“이번 대청소가 끝나면 그것이 아버지의 계획이었음을 안다고 하더라도 감히 우리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오히려 우리를 위해 변명하고, 우리를 찬양하겠죠.”
대청소?!
원근연은 사릉무사의 말 속에 담긴 내용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의 말을 모두 듣고 난 원근연의 마음은 충격에 휩싸였다.
과연 사릉고홍과 당염원의 아이로구나.
원근연은 사릉무사의 찐빵 같은 뽀얀 얼굴과 순수하고 무해한 요괴 눈을 바라보았다.
저 무정함과 잔혹함, 무수한 중생을 무생물처럼 여기는 냉담함은 사릉고홍과 판에 박은 듯 닮았다. 하지만 하필 그 용모와 분위기는 당염원을 닮아서 얼핏 보면 백지처럼 순진무구했다. 하지만 실상은? 상대의 목숨으로만 대가를 받아내는 어둠 그 자체였다!
“무사……의 말이 맞구나.”
원근연이 탄식했다.
그랬다. 이 일이 정말로 사릉고홍의 계획이었다고 해도, 그로 인해 무수히 많은 선예와 마인들이 죽는다고 해도 아무도 그들을 탓하지 못할 것이다.
그 이유는 아무도 그들을 탓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강자만이 존귀했고, 강자만이 규칙을 창조할 수 있었다.
약자는 강자의 자격을 논할 수 없었고, 오히려 스스로 그들의 역사를 듣기 좋게 꾸며 주기까지 했다.
동수산의 선예와 마인들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한 마인 여인이 도저히 그 말을 곧이들을 수 없다는 듯 어둠에 휩싸인 채 원가의 대문을 향해 걸어갔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긴장한 눈빛으로 그녀의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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