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화. 총애를 받고 뇌물을 받다 (5)
검은 가면의 사내에게서 영식을 거둔 당염원은 옥으로 된 병 하나를 꺼내 그대로 사내에게 건넸다.
“소음단(少陰丹)이다. 수음(水陰) 속성 공법을 수련한 자가 병목을 돌파하는 것을 돕고 주화입마에 빠지지 않도록 해 주며 수련의 경지를 더욱 공고히 해 주지.”
당염원은 단약의 품급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녀가 조제한 단약은 이미 이곳 세계의 품급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모두 적어도 천품 이상의 것이었고, 그 품급을 헤아릴 수 없었다.
검은 가면의 사내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답했다.
“이게 무슨 뜻인지요.”
“뇌물을 주는 거다.”
검은 가면의 사내는 손을 뻗어 옥병을 받아들고 옷 속 품 안에 넣었다. 이내 그가 떠다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모님께선 다치지 않으셨습니다.”
당염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주인님께 전할 말이 있으시다면 제가 전해드리겠습니다.”
당염원은 두 눈을 빛내면서 읊조렸다.
“고홍이 보고 싶어. 고홍이 만든 음식을 먹고 싶어.”
그러다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진지하게 말했다.
“얼른 돌아갈게요.”
사내의 검은 가면이 살짝 아래로 움직였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았다.
“소인의 이름은 설진(雪津)입니다.”
그러곤 뒤이어 빠르게 사라지더니 자취를 감추었다.
전창전은 소리 없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지켜보았다. 두 사람 간의 간단한 대화와 당염원의 표정에서 그는 많은 사실들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녀는 이미 어느 집안으로 시집을 갔고, 고홍이라는 사내에게 깊은 연모의 감정을 갖고 있었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이름을 듣자마자 온 얼굴로 반응할 수 있단 말인가?
“쉬잇쉬잇!”
그때, 줄곧 당염원의 곁을 지키던 뱀 괴물이 울기 시작했다. 검은 눈동자 깊은 곳에서 핏빛이 반짝였고, 기대에 가득 찬 듯 군침을 흘리며 당염원을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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