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3화. 그는 모든 면에서 너보다 뛰어나다 (1)
임군사가 손에 들고 있는 그림을 바라보았다.
처음 이 그림을 보고 설렘을 느낀 그 순간부터 그의 정해져 있지 않았던 취향이 굳어지며 일정한 목적성을 띠기 시작했다.
그는 이 그림 속의 아리따운 여인처럼 흰옷을 입은 여인을 좋아하게 되었고, 이 그림 속의 여인처럼 깨끗한 기운과 호리호리한 자태를 지닌 여인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는 운상방에서 이 여인이 그려진 두루마리들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이 그림 속 선녀의 모습은 각양각색이었다. 그래서 이 선녀가 똑바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그림도 본 적이 있었다. 여인은 환하게 눈웃음을 짓고 있거나, 냉담하거나, 천진난만하거나, 어리숙하거나, 멍하거나, 담담하거나…….
이렇게 점점 더 많은 그림을 보게 되면서 그는 이 그림 속의 선녀에게서 풍기는 분위기로 그녀의 성격을 짐작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 성격을 가진 여인만을 찾기 시작했고, 이것이 바로 영희가 그의 곁에 있는 이유였다.
영희는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라 하나의 호칭일 뿐이었다. 구중천 사람이라면 영희란 임군사가 가진 첩실 중에서 가장 총애를 받는 이의 호칭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임군사의 곁에 있던 영희는 지금 그의 곁을 따라다니는 한 사람만이 아니었다. 백 년이라는 시간 동안 수십 명도 넘는 영희가 있었다.
각각의 영희가 그의 곁을 지킨 시간은 모두 삼 년을 넘지 않았다.
그는 그림 속 선녀에게서 새로운 점을 발견할 때마다 곁에 있던 영희가 그와 부합되지 않는다면 바로 교체해 버렸다.
이렇게 백 년의 시간이 지났다. 처음에는 임군사도 이를 일종의 사소한 놀이로 여겼지만 결국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진지해져 갔다. 존재하지도 않는 사람의 성격을 끊임없이 추측하고 그와 닮은 사람을 끊임없이 찾아다니면서 그의 만족감은 점점 높아졌지만 그만큼 반대로 더욱 공허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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