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화. 정의 주문 (4)
사릉고홍은 눈만 살짝 들고 고여가를 보았다. 그 모습에 고여가는 자신이 알아맞혔다는 걸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었다. 보통의 여인이라면 이런 대접을 받아도 처음에만 애정이라고 생각하지, 시간이 오래 지나면 대개 상대를 의심하고 싫증을 내곤 했다.
사릉고홍이 나지막이 말했다.
“원이가 좋아하는 건 빼앗아서라도 주고, 먹고 싶어 하는 건 만들어 줬습니다. 원이가 하는 말은 모두 옳으니까.”
고여가는 이런 사릉고홍의 모습이 웃기기도 했고, 또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의 눈에는 짙은 기쁨과 부드러움이 떠올랐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정말 사랑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랑을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때 묻지 않은 진심을 가지고 있었다.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좋은 것이라면 모두 당염원에게 주고자 했다. 그저 당염원에게 잘해 주고 싶어서 잘해 주었다. 그 속에 어떠한 이기심도, 욕망도 표출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일방적으로 잘해 주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성장하면서 그녀를 이해했다. 그녀에게 맞춰 주며 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주었다.
고여가의 웃음은 약간의 황당함에서 안도의 기쁨으로 변했고, 다시 잦아들었다. 고여가는 고개를 들어 은쟁반 같은 보름달을 바라보았다. 목소리에서는 약간의 서글픔이 느껴졌다.
“오늘 저녁에 회인과 결판을 지었니?”
의문문이긴 했지만 이미 말투와 표정에 모두 드러난 탓에 고여가는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
고여가는 소리 없이 웃다가 가벼운 탄식을 내뱉으며 말했다.
“그 사람은 야심과 욕망이 아직도 너무나 크구나. 그는 자신의 것이 아닌 공법을 수련하다가 심마가 생겨 버려서 사실을 직시하는 이성이 조금 흐려지고 말았어.”
고여가는 옆에 앉아 있는 사릉고홍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릉 가문을 원한다면 손쉽게 그렇게 할 수 있었을 텐데, 이번에 이렇게 한 건 원이 때문이 맞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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