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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화. 죽을 자리

320화. 죽을 자리

“왼쪽에 있는 녀석을 잡아!”

졸란이 지러스에게 소리쳤다.

버밀리온은 불을 내뿜으며 어둠의 장벽에서 쏟아져 나오는 괴물들을 불태웠다.

지러스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온 힘을 다해 맞서 싸우면서 군사들에게 덤벼들려는 괴물들을 막아섰다.

하지만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좀처럼 졸란의 머릿속을 떠나가지 않았다.

여기에는 용을 노리는 괴물이 없었기 때문에, 지러스의 공격은 차차 무모해지고 있었다. 그는 조금씩 아래로 내려가면서 어둠의 장벽에 가까이 다가갔다.

“너무 가까이 가지 마, 지러스!”

빛의 요정이 짜증스럽게 노려보았지만, 졸란은 경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둠의 장벽 속에 무엇이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이건 전쟁이야, 뱀파이어. 비겁하게 도망쳐서 내 한 몸 안전할 궁리만 할 때가 아니라고!”

지러스가 되받아쳤다.

‘이렇게 무모한 행동이라니.’

졸란은 말을 잃고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다 지러스에게 무어라 한 마디 돌려주려고 한 순간, 갑자기 어둠의 장벽 속에서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버밀리온은 얼른 몸을 크게 틀 수밖에 없었다.

이때 괴물이 휘어진 팔을 쭉 뻗었다. 그러자 길고 단단한 손에서 뻗어 나온 날카로운 세 개의 손톱이 용의 옆구리에 부딪혔다.

“젠장!”

강한 충격 때문에 졸란은 그대로 용을 놓치고 지상으로 추락했다.

* * *

어둠의 장벽에서 용과 함께 공격당한 탓에 졸란은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곳에 떨어지고 말았다.

땅에 발을 내딛자마자 사방에서 괴물들이 덤벼들기 시작했기에, 그는 계획을 세우거나 자세를 다잡을 틈이 없었다.

‘젠장! 여기가 내가 죽을 자리인가? 이렇게 불명예스러운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할 생각은 없었는데. 최소한 의미 있는 싸움 한복판에 나서서 죽고 싶었다고. 이런 상황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패배하거나 죽어가고 있었다. 그를 도와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가 나타났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없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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