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8화. 용일 출몰
고교는 흑풍왕의 등에 납작 엎드려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개구리 같았다.
“그런데 당신도 그자의 상대가 못 되나요?”
“물론 아니지! 빈승의 법력은 무궁무진하오! 고작 사사 하나 잡는 건 일도 아니지. 난 그저 당신이 다친 것을 보고 내가 싸움을 끝내고 나면 죽어 있을까 봐 어서 의원을 찾아가려고 한 거요. 그런데 보아하니 의원이 필요 없을 것 같소.”
“아.”
‘저 말투는 뭐지?’
“만약 당신과 청풍 도장이 연맹하면요?”
“그 녀석은 나와 연맹하지 않을 거요. 아마 암혼과 함께 날 먼저 죽이려 하겠지.”
고교는 잠깐 침묵하다가 물었다.
“오랫동안 궁금한 게 있었어요. 대체 청풍 도장에게 무슨 짓을 한 거예요? 그자의 아내를 빼앗았어요? 그자 조상의 무덤을 파헤쳤어요? 어째서 당신을 죽이지 못해 안달 난 거예요?”
요진은 품에서 술낭을 하나 꺼내 뚜껑을 열어 고개를 젖히고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어른들 사이의 일이니 애들은 궁금해하지 않는 게 좋을 거요.”
“아, 어른들의 일.”
고교는 머리를 옆으로 하고 엎드려 있어 통통한 볼살이 앞으로 삐져나왔다. 그러면서도 깊이 있는 척 눈썹을 치켜올리며 어른스럽게 말하고 있어 그 모습이 매우 익살스러웠다.
요진은 술을 한 모금 더 마시더니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다시 달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암혼을 이기지 못 하는 게 아니오. 죽이지 못할 뿐이지.”
천하에 암혼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명뿐이었다.
시천.
하지만 아쉽게도 시천은 임무 수행 도중 실종되었고, 그 뒤로 종적을 찾을 수 없었다. 아마 이 세상에 없을 가능성이 컸다.
“그건 그렇고, 어떻게 갑자기 나타난 거예요? 이번에도 지나가던 길은 아니겠지요? 스님, 날 따라다니는 건가요? 저기요. 여자를 막 쫓아다니고 그러면 못써요. 이렇게 쫓아다니면 된통 얻어맞을 텐데…….”
고교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고, 점점 몽롱해졌다.
고개를 돌려 보니 고교는 지쳐서 잠이 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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