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화. 체면이 깎이다
“왜 왔어?”
고교가 물었다.
“집에 갔는데 없어서요. 할머니가 이곳에 있다고 알려줬어요!”
정공은 아침마다 글공부와 무술을 연마하면서 마을 아이들과 뛰어놀았다. 그리고 집에 갔는데 고교가 보이지 않자, 할머니에게 물어봐서 찾아온 것이었다.
“그런데 누구 묘지예요?”
정공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고교는 두 무덤을 번갈아 보며 대답했다.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 무덤이야.”
정공이 뒷짐을 지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교교의 아버지 어머니면 정공의 아버지 어머니이기도 해요!”
정공은 말을 하면서 고 씨 셋째 부부에게 절을 했다.
절을 하는 정공의 모습은 매우 진지했다. 마치 머리가 흙을 파고 들어갈 정도였다. 그러면서 아버지, 어머니라고 불렀다.
목소리는 아기 같아도 표정만은 누구보다 진중했다. 싸늘한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작고 귀여운 모습이 사람의 마음을 짠하게 만들었다.
입양한 아이도 이렇게 진심 어린 절을 하는데 자신은 아버지, 어머니라는 말도 내뱉지 못했으니, 고근유는 새삼 가슴이 턱 막혔다. 마치 뺨을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가씨, 괜찮으세요?”
시녀는 고근유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괜찮다. 가자.”
고근유가 눈을 질끈 감으며 대답했다.
“네!”
고근유 일행은 마차를 타고 부저로 돌아갔다.
* * *
고교와 정공이 벌초를 마치고 함께 돌아왔다.
“교교, 아픈 거 이제 괜찮아요?”
정공은 고교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음, 괜찮아.”
고교가 고개를 끄덕였다.
열이 내렸으니 괜찮은 셈이었다.
상처에 딱지가 앉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니,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정공은 고교의 병이 나았다는 말을 듣자 좋아서 소리를 질렀다.
“나 좀 전에 아버지, 어머니한테 말을 걸었어요!”
“음? 뭐라고 했는데?”
고교는 풀을 뽑으면서 정공이 혼자 중얼거리는 걸 보았다. 그러나 정확히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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