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화. 닭 산책
한참 동안 조각칼을 들여다보고 있던 고소순이 할머니의 부름에 안방으로 들어갔다.
할머니는 고소순에게 손을 흔들었다.
“소순아, 육랑이 사 온 양매 말랭이나 맛보렴!”
고소순은 눈을 깜박였다.
“할머니, 오늘은 어째서 이렇게 통이 크십니까?”
지금까지는 할머니로부터 밀전 하나 얻어먹는 일도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웠었다.
“먹어.”
할머니가 한참 동안 뒤적이다가 가장 작은 한 알을 고소순에게 건네었다.
고소순은 아무 말 없이 양매 말랭이를 입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할머니는 커다란 양매 말랭이를 하나, 둘, 셋……. 총 일곱 알을 밀전 통에 넣어두고는 소리를 질렀다.
“교교야! 소순이 내 양매 말랭이를 여덟 알이나 먹었다!”
“…….”
그 말을 들은 고소순은 하마터면 체할 뻔했다!
고작 양매 말랭이 몇 개 가지고 이럴 것까지야!
고교는 할머니에게 하루에 세 알만 드시라고 당부하고, 설이 지나면 다섯 알을 드실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단번에 일곱 알을 숨겨두었으니 횡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할머니는 흡족해하며 손을 흔들어 고소순에게 나가라고 했다.
명백히 이용당한 고소순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 * *
고소순이 꼬마 정공을 찾아갔지만, 그는 병아리를 산책시키러 나가고 없었다.
처음에는 병아리를 뒤뜰에서만 산책을 시켰는데, 뒤뜰의 공간이 너무 좁다고 느꼈는지 병아리들을 쫓으며 밖으로 데리고 나간 것이다.
정공의 노선은 집에서 마을 입구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마을 사람들을 만나면 깍듯이 인사를 올렸다.
마을 사람들은 처음에 꼬마 스님의 존재가 의아했으나 이제는 적응이 되었고, 꼬마 스님이 마냥 귀엽기만 했다.
다른 집의 병아리들은 뜰 밖을 나가면 사방으로 도망을 다니는데, 정공의 병아리들은 질서 있게 줄을 지어 다녔다.
“소칠, 새치기하면 안 돼.”
정공이 말하자, 뒤에서 다섯 번째로 끼어들었던 병아리가 제일 뒤로 줄을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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