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3화. 업신여기다
“시골에서 와서 세상 물정을 모르나 봐.”
“어쩐지, 황제의 마음은 깊은 바다와도 같다고 하는데. 황제의 총애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잖아.”
“저 수준으로 저렇게 건방을 떨어? 정말로 자기가 안군왕과 동급이라고 생각하나? 나대려면 자본이라도 있어야지.”
“안군왕은 절대 나대지도 않는데. 안군왕은 겸손하고 예의도 바르고 나설 때와 물러날 때를 아는 사람이지. 절대 신분으로 누군가를 제압하지도 않고. 그것이 진정한 아량이지!”
“이런 말도 있지 않소? 물통에 물이 꽉 차면 묵직해지지만 반 통만 채우면 찰랑댄다고 말이야!”
“하하하!”
한 늙은이의 조롱에 웃음이 터졌다.
원래 인간은 보편적으로 이상한 심리가 있다. 바로 타인이 높은 곳에서 추락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며, 마치 자신이 심판자인 양 그 쾌감을 즐겼다.
모두가 소육랑이 망신을 당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보라색 옷을 입은 잘생긴 남자가 사람들 속에서 유유자적하게 걸어 나왔다.
그의 막강한 기세에 빽빽하게 모여있던 사람들이 길을 터주었다.
장 태부가 그 사람을 보고 얼굴이 굳었다.
“선평후?”
선평후는 소육랑의 마차 옆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웃는 얼굴로 장 태부를 바라보았다.
“아이고, 장 태부 아니오? 이런 우연이. 자네도 조회에 나가는가?”
지금 시간이 어느 때인데 조회야?
진작에 해산했거든.
아니, 조금 전에 ‘도’라고 말한 건가?
선평후, 염치라도 좀 있으면 안 되는가? 누가 들으면 조회에 자주 나가는 줄 알겠어.
장 태부가 코웃음을 쳤다.
“선평후, 너무 오랫동안 조회에 나가지 않아 조회 시진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소?”
“그러고 보니 그러네. 인자하신 폐하께서 내 부상을 가엽게 여겨 조회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지 뭔가?”
부상은 무슨!
네가 언제 조회에 나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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