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4화. 천재
늙은 거지는 처음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곧바로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오히려 아주 까다로운 판이었다.
그녀가 먼저 두었던 아홉 개의 바둑돌은 대충 아무 곳에나 놓은 것 같았지만 사실 전체를 가리는 망을 이루어 상대의 바둑 수를 전부 막아버렸다.
그리하여 거지는 초집중하여 고교와 바둑을 두었고, 결국 두 사람은 비겼다.
거지는 놀란 얼굴로 웃었다.
“젊은이, 이렇게 어린 나이에 나와 비긴 사람은 처음이네. 스승님은 어느 분인가?”
“스승님 없는데요.”
그녀는 전생에 공원에서 아저씨들이 바둑을 두는 것을 보고 스스로 터득했고, 가끔씩 교부와 바둑을 두었다.
그러나 교부는 매우 바쁜 사람이라 가끔 그녀가 임무를 완성했을 때 포상으로 시간을 내어 그녀와 함께 놀아주곤 했다.
거지가 진지하게 고교를 바라보니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진심으로 깜짝 놀랐다.
대수롭지 않은 상대라고 여겨 처음부터 대충 두었기 때문에 비겼지, 진지하게 시작했더라면 아홉 수를 양보해도 이 젊은이를 이겼을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다른 사람에게서 배운 적이 없다니. 스스로 수를 생각해 바둑을 두었다는 말이니 그 자질이 놀랄 만했다.
“그럼 고수와 대결을 한 적 있는가?”
거지가 또 물었다.
“응…… 대결이요?”
교부 정도면 고수겠지?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으니.
거지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되었다. 그녀가 자신과 첫 대결에서 이 정도의 실력을 보였다니 너무나도 놀라운 일이었다.
그러나 고수와 대결한 경험이 있다고 해도 이런 수를 생각해내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천재적 기질이 있는 아이군.
거지는 흡족한 눈빛으로 고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이름이 무엇인지, 어디 사는지 물어보려고 할 때, 고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비기면 제가 이긴 거라 하셨지요? 은자 주세요!”
거지는 입가를 파르르 떨었다.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분위기를 깨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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