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7화. 입궁
황제는 화가 난 얼굴로 화청궁(華清宮)으로 돌아간 후, 혼자 침전에서 화를 가라앉히고 있었다.
조정에서 있었던 일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황제 가까이에 가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조정에서 피바람이 불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사람이 단 한 명 있었다.
바로 진초욱이었다.
진초욱은 며칠 동안 벗과 한 약속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태자 형과 태자비 형수는 바빠서 그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아바마마를 찾아왔다.
“아바마마, 아바마마, 보고 싶었어요!”
이처럼 다른 말 필요 없이 달콤한 말부터 던지는 것은 정공의 필살기 중 하나였다.
그 말이 먹혔는지 황제의 안색이 조금 밝아진 것 같았다. 황제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아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쩐 일이냐? 오늘 수업이 없느냐?”
“오늘 국자감은 방학이에요!”
진초욱은 황제의 옆에 앉았다.
그는 아직 어렸기에 황제는 그에게 따로 규칙을 정해주지 않았다. 그러나 진초욱은 예전에 황제에게 이렇게 친근하게 다가가지 못했다. 정공이 가족들과 이렇게 지내는 것을 보고는 그대로 따라 한 것이었다.
대황자 외에, 황제와 이렇게 가깝게 지내는 황자는 없었다. 그들은 마치 평범한 백성 집안의 부자 같았다.
“아바마마, 저 부탁드릴 게 있어요.”
진초욱이 황제의 손을 잡고는 말했다.
“말해 보거라.”
“동창을 궁에 데려와도 됩니까?”
진초욱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황제는 원래 이런 작은 일을 허락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었으나, 하필 태후에게 당하고 온 뒤였다.
“네 조모께서 궁으로 돌아왔다. 너도 알다시피 조모는 시끄러운 것을 제일 싫어하신다. 혹시라도 너희가 놀다가 태후와 부딪히기라도 하면 아바마마도 너희를 지켜줄 수 없다.”
“아야, 아바마마, 강산도 일으키신 분인데, 고작 우리가 사고 친다고 아바마마가 해결 못 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황제는 이렇게 아첨을 부리는 아들이 재밌기도 했고 어이없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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