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novel

69화. 봄빛 (2)

69화. 봄빛 (2)

“누구길래 이렇게 횡포를 부리는 겁니까?”

어린 시종이 불평하여 돈주머니를 꺼냈다.

“절 문은 항상 열려있다고 했는데 누구든 들어갈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이 절을 그분 댁에서 지은 것도 아니고 그분이 불경을 읽고 염불을 외는 것과 우리 공자께서 비석을 보러 가는 게 무슨 상관이란 말입니까. 향불 값을 원하시는 거라면 우리가 시주를 못 할 것도 없습니다.”

소년은 급히 시종의 무례함을 저지했다.

“장수(长寿) 네 이놈, 입 다물지 못할까!”

그는 즉시 지평에게 공수하며 말했다.

“어린 놈이 무례하게 군 걸 용서해 주십시오.”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지평이 말했다.

“저희 같이 출가한 사람들이 청빈하게 살 수 있는 건 다 여러 시주분들께서 베풀어 주신 덕분이지요. 하지만 장사를 할 때도 순서를 지켜야 하듯이 약속은 지키는 것이 도리입니다. 정말로 일찍 약속된 일이라 다른 분들을 들여보내 드릴 수가 없습니다. 여시주께서 오늘 아침 일찍 오셨으니 아마 두 시진만 더 있으면 가실 겁니다. 기다릴 생각이시라면 뒷산에 한 번 다녀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뒷산의 풍경이 아름다우니 시주께서 잠시 감상하고 오시면 이 늙은이가 바닥을 쓸고 손님을 맞이할 준비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년은 이 말을 듣고 눈을 들어 청량사 뒤에 있는 작은 산을 바라보았다. 산에는 하얀 배꽃과 분홍색 복숭아꽃이 여기저기 무리를 지어 피어 있었고 정말로 싱그럽고 아름다워 보였다. 또 청량사 옆으로 흐르는 강줄기가 구불구불 돌아 그 산으로 흘러가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흔쾌히 웃으며 말했다.

“산도 있고 물도 있고 꽃도 있으니 경치가 꽤 좋아 보입니다. 기왕 이렇게 된 바에야 잠시 유람을 다녀오는 것도 괜찮겠지요? 장수야, 가자. 우리 이 수로를 따라 내려가 보자.”

* * *

Locked Chapter

Support your favorite authors and translators in webnovel.com